[EBN 심층분석] 이란이 뚫고 사우디가 동조한 '페트로달러' 균열
‘비달러 결제’ 통해 미국의 경제 제재 무력화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 발 빠르게 이동
![[출처=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552778-MxRVZOo/20260408100848698cvrq.jpg)
8일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2주 휴전'의 이면에는 국제 금융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거래가 숨어 있다.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적 개방'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휴전 기간 중 위안화 결제국을 포함한 비달러 결제국들에 우선적으로 통행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유 결제는 오직 달러로만 해야 한다는 1974년 '페트로달러' 합의가 전쟁이라는 물리적 장벽 앞에서 완전히 무력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자랑하던 기축통화의 독점적 지위가 이란의 미사일과 중국의 위안화라는 '협공'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사우디-미국 안보 협정 만료와 '포스트 달러'의 가속화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걸프 산유국들의 시선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다. 특히 50년간 유지된 사우디-미국 안보 협정이 사실상 만료된 시점에서, 이란이 '비달러 결제'를 통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고 생존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주변국들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이 달러 독점권을 보장해줄 만큼 견고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브릭스(BRICS) 가입과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를 통해 '포스트 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있으며, 이번 휴전은 그 결단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은 휴전 소식에 일시적인 안도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달러 가치의 하향 곡선을 예견하는 공포가 깔려 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붕괴는 단순히 결제 화폐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산유국들이 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주던 '오일머니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의 최대 수요처가 사라지면 미 금리는 폭등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 자산 가격의 재평가(Re-pricing)를 강요한다.
이미 글로벌 자산가들이 달러 자산 대신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이 '신뢰의 붕괴'에 기인한다.
![[출처=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552778-MxRVZOo/20260408100849986pnjh.jpg)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페트로달러의 위기는 5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태환 정지(닉슨 쇼크)를 선언하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자, 미국은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리에 '안보-에너지 연합'을 맺었다.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모든 원유 결제를 오직 달러로만 한정하고, 남은 '오일 머니'를 다시 미국 국채에 재투자(Recycling)하기로 한 이 합의는 지난 반세기 동안 달러가 금의 뒷받침 없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게 한 숨은 척추였다.
그러나 이 견고했던 독점 체제는 2024년 6월, 사우디가 50년 만기의 해당 협정을 자동 연장하지 않고 결제 통화 다변화를 선언하면서 근본적인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이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이란이 위안화 결제국에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에너지 무기화'를 단행하면서, 페트로달러는 더 이상 깨지지 않는 성역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50년 전 미국이 원유라는 실물 자산을 통해 달러의 생명력을 연장했다면, 이제는 그 원유가 달러 패권의 숨통을 조이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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