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에어가 에어서울·에어부산과의 통합을 넉 달가량 앞두고 대표이사 공백 상태에 빠졌다. 통합의 성패를 가를 주주총회와 당국 인가, 운항 체계 일원화가 이 기간에 몰려 있지만 이를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질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사라졌다.
진에어는 박병률 전 대표의 돌발 사임 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지만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를 이끌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채 통합 막바지의 굵직한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다.
5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최근 일어난 회원 1454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2022년 3월 취임한 박 전 대표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로 1년4개월가량 남아 있었다. 그러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심각하게 보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에어서울·에어부산과의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LCC 3사 통합 완수를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지난해 12월 부사장 승진도 통합을 앞두고 힘을 실어준 인사로 해석됐다.

주총·인가·운항증명…실행 역량 중요한 남은 일정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은 다음달 각각 임시 주총을 열어 합병안을 승인받은 뒤 항공사업법상 합병 인가 절차를 밟는다. 합병기일은 내년 3월17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31일이다. 그 사이 12월17일에는 통합 대한항공이 먼저 출범한다.
남은 일정은 그동안 세운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리더십 공백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월 합병계약 체결까지는 3사 통합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었다. 지금부터는 주주와 당국, 3사 구성원을 상대로 약속한 결과를 직접 만들어 내야 하는 구조다. 실행 과정에서 일정이 어긋나거나 이견이 커질 때 최종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
가장 큰 관문은 운항증명(AOC) 통합이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하게 운항할 조직·인력·정비 체계를 갖췄는지 국가가 확인해 내주는 증명이다. 3사의 AOC를 하나로 묶으려면 출범 전까지 국토교통부의 안전운항체계 변경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보잉 기종 중심의 진에어와 에어버스 기종을 쓰는 두 회사의 운항·정비 체계를 합치는 과정에서 비용과 일정, 인력 배치를 둘러싼 판단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에어부산 주주 설득할 '얼굴' 부재
통합 진에어가 순조롭게 출범하려면 에어부산 주주와 부산 지역사회의 우려를 먼저 잠재워야 한다. 진에어의 인천·김포 중심 노선망과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기반 네트워크를 결합해 수도권과 영남권을 양대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통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통합 진에어는 부산발 노선 네트워크와 스케줄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직무대행에게는 출범 이후 방침을 약속할 권한이 제한적이다. 더욱이 이를 지켜낼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잡음을 최소화해야 할 에어부산 임시 주총도 수장 없이 맞게 됐다. 합병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2000억원을 넘으면 3사는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진에어는 주식매수청구금액이 과도하게 나올 가능성이 낮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주체인 진에어의 체력도 넉넉하지 않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1조3811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 192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두 회사를 떠안는 만큼 통합 직후 노선 재편과 비용 통제에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통합 실무는 개인이 아닌 조직 단위로 진행되고 있어 일정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은 인수합병 후 통합(PMI) 전담 조직을 꾸렸다.
결국 후임 인선 속도가 통합 안착의 첫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진에어 정기 임원인사는 12월 초 단행됐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과 임시 주총이 같은 달에 몰린 만큼 한진그룹이 연말 인사에서 통합 진에어를 이끌 수장까지 함께 정할지가 변수다.
진에어 관계자는 직무대행에 관해 "누가 직무대행을 맡을지 검토 중이며 조만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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