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천 호텔 화재 ‘인재’ 판단…“경보기 끄고, 방화문 개방”

유병훈 기자 2024. 10.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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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실내 복도가 까맣게 타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찰이 지난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미흡한 소방 시설 관리로 인한 인재였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8일 부천 호텔 화재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호텔의 건물주 A(66)씨와 호텔 운영자 B(42)씨, A씨의 딸인 C(45)씨, 호텔 매니저 D(36)씨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쯤 부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화재는 810호 객실의 낡은 전선에서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810호 객실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에서 식별되는 아산화동 증식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하는 발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에어컨에서 불이 나기 시작해 호텔 내부 주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건물 소유주인 A씨가 영업 지장을 우려해 오래된 에어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선은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 게 화재 원인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04년 10월 준공된 호텔을 2017년 인수한 후 2018년 5월 모든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했다. 교체 과정에서 에어컨 배선도 바꿔줘야 하지만, 영업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 A씨는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기존의 에어컨 전선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원칙적으로 통선을 사용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결합할 경우에도 여러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설치 업자는 연결 부위를 단순히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했다.

에어컨 사후서비스(AS) 기사 등은 전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총 63개의 객실 중 15개 객실에서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맨눈으로 봐도 부실해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부실한 방화문·화재 경보기 관리를 지목했다. 이로 인해 단순 화재에 그칠 수 있던 사고가 19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로 키웠다는 것이다.

호텔의 객실 문은 방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갑종 방화문’이었지만, 불이 난 810호 객실 문은 화재 당시 열려 있었다. 방화문은 항상 닫혀 있거나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닫혀야 하지만, 호텔이 자동 닫힘 장치 ‘도어 클로저’를 설치하지 않아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이다.

설계 도면상에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더구나 환기를 이유로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두기도 했다. 이처럼 열린 문을 통해 810호의 불과 연기가 객실 밖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호텔 매니저 D씨는 화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경보기를 껐다. D씨는 8층으로 올라가 화재 현장을 본 뒤 1층으로 다시 내려와 경보기를 다시 켰으나, 이로 인해 2분 24초가량이 무의미하게 지나면서 투숙객들의 대피가 늦어졌다. 대피 과정에서도 모든 객실에 간이 완강기가 비치돼 있어야 하지만 31개 객실에는 완강기가 아예 없었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호텔 운영자 B씨는 소방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은 채 소방 안전관리자로서 자격을 유지했고, 소방 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적합한 전기 배선 시공 및 방치, 방화문 등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교육 미흡에 따른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더해져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화재 진화와 인명 구조 과정에서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가 뒤집히면서 사망자가 2명 발생하는 것과 관련, 소방 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소방이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점인 807호 바로 아래는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약 7도의 경사와 일부 굴곡이 있어 에어매트를 안전하게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데다, 설치 인력마저 부족했던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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