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온 로또 번호가 1등 됐는데, 남편이…

▲ 영화 <아네모네> ⓒ (주)인디스토리

[영화 알려줌] <아네모네> (Anemone: A Fairy Tale for No Kids,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용자'(정이랑)는 토끼 같은 딸과 원수 같은 백수 남편 '성진'(박성진)을 둔 박복한 가장이다.

어느 날, 꿈에 나온 6개의 번호로 남편에게 로또 심부름을 시키고, 자신이 점지한 번호의 1등 당첨 소식에 '용자'는 기뻐 날뛴다. 하지만 남편은 복권을 안 샀다고 주장하고, '용자'는 '성진'을 의심하면서 당첨 로또를 찾기 위해 일생일대의 폭주를 시작한다.

<아네모네>는 행방불명된 1등 당첨 로또를 쟁취하기 위한 로또 임자 '용자'의 필사의 추적을 재기 넘치게 담은 작품으로, <SNL 코리아>에서 '욕쟁이 할매'로 알려진 정이랑이 첫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아네모네>는 자본주의 사회가 고안한 합법적인 도박이자 가성비 높은 도파민 촉진제인 복권, 특히 '로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해가 바뀌면 가장 널리 쓰는 인사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복(福)의 자원을 파악하자면, 부수자는 제사의 뜻을 가진 보일 시(示)인데, 음식과 술을 잘 차리고(豊) 제사를 지내면 "하늘로부터 복을 받는다"를 의미하며, 말 그대로 '재수와 행운'(good luck, good fortune)을 뜻한다.

하지만 <아네모네>에서의 복은 1등 당첨 로또, '복권'(福券)을 나눔이 아니라 복의 쟁탈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필사의 분투로 그린다.

이렇듯 <아네모네>는 정신적인 건강, 행복의 복이 아닌 물질적인 복인 부를 독식하기 위한 복불복의 여정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부자 되세요'와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평범한 덕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영화 <아네모네>는 가족, 연인, 친구도 배반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 물질만능주의와 로또주의의 비정함과 씁쓸함을 장르적 특성과 결합해 밀도 있게 전달한다.

또한, 영화 <아네모네>는 초반부 극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진 서정적인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극하고, 결말부에 이르러서야 '배신의 꽃 아네모네'라는 꽃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1만 원 한 장으로 변변찮은 저녁거리조차 마트에서 살 수 없는 고물가 시대에 사는 서민들은 1게임, 1천 원 로또를 구매해 복권 당첨을 통한 인생 역전의 기회를 꿈꾼다.

'용자' 역시 가장인 만큼, 언젠가 복권 당첨으로 삶을 바꾸길 꿈꾼다.

바로 이 부분이 관객들이 '용자'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 1등 당첨 복권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온 힘을 다해 '용자'를 응원하게 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개인의 성공과 행복이 재산, 부와 크게 연관되어 있다.

영화 <아네모네>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씁쓸한 이유는, 이 1등 당첨 복권, 즉 자본 때문에 가족도 연인도 배신하게 되는 상황이 스크린 내에만 존재하는 극적 설정이 아니라 누구나 이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성진'은 아내 '용자'를 배신하고, '익태'(김건하)는 친구 '성진'을 배신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복권을 우연히 얻은 '존슨'(테리스 브라운) 역시 '갖는 사람이 임자'라는 한국 속담을 들먹이며 복권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용자'는 오빠의 배신마저 의심하게 되고, 모두의 욕망이 뒤엉킨다.

정하용 감독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작금의 시대에 무슨 일이 닥치든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찰나의 삶을 희극처럼 즐겁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라며 <아네모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용자'를 맡은 정이랑은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용자' 때문에 울고 웃는 나를 보며 이 역할을 누가 하든 잘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라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본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정이랑은 "한편으로는 임팩트 있게 연기를 잘해야 될 텐데, 연기 참 어렵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됐지만 '기회가 된다면 일단 하고 보자. 인생 뭐 있나'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라면서, "항상 영화에서 카메오, '우정 출연' 같이 짧게 출연하는 역할만 했는데 '언제 이런 기회 잡겠어? 앞뒤 가리지 말고 밀어붙여서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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