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골린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이다. 골린이는 골프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골프에 갓 입문한 초보 골퍼란 뜻인데 인스타그램에 #골린이로 검색하면 게시물 수가 무려 120만 개가 넘는다.

지금도 초단위로 골린이들의 인증샷이 실시간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증샷 문화 때문에 골프장은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고 하는데… 유튜브 댓글로 “요즘 골프장에서 골린이들이 오는 걸 싫어한다던데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골프장에 전화해서 실제로 골린이가 늘어난 게 사실인지 물어봤는데 2030 골프인구가 특히 많이 늘었다고 한다.
가평 S골프장 예약 담당자
“요즘 2~30대 비율이 많이 늘었습니다. 골린이라고 하죠? 4년? 5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보기 힘들었는데... 거의 요즘은 2~30대가 4~50퍼센트까지 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코로나 시국에 해외여행도 못 가다보니 늘었을 수도 있고요. 특히 여성분들은 열 명 중에 한두 명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거의 절반까지 많이 늘었습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2019년 470만명에서 2022년 564만명으로 20퍼센트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소비이자, 실내 스포츠보다 거리두기 규제가 덜한 실외 스포츠로 눈길이 돌아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골프 열풍이 2030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건데 실제로 관련 자료에서도 2030들이 골프에 투자하는 지출이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장 관계자들은 골린이의 증가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때아닌 민원 폭풍을 맞고 있다는 거다. 통상 골프장에서는 라운딩을 팀 단위로 잡는데, 2030들이 많은 팀에서 매 구간 인증샷을 하도 찍어대면 뒷 순서 팀의 플레이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이뿐만 아니라 연습도 하지 않고 필드부터 나오는 골린이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러다 보니 기존 고객들이 민원을 자주 넣어 골프장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가평 B골프장 남무길 캐디
“골프장에 다른 고객분들께서 컴플레인을 많이 주세요. 사진 찍다가 라운딩이 늦춰지고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딜레이되기도 하고... 여성 골퍼 중 열명 중 아홉은 사진을 찍는다고 보면 돼요. 골프장에서 갑자기 사진 촬영을 금지하면 아마 여성 골퍼들 절반 이상은 안 오지 않을까... 요샌 골프장이 사진 잘 나오는 포토존, 스팟을 잘 갖춰야 되는 그런 싸움으로 가고 있어요”

결국 문제는 SNS 사진찍으려고 골프장 출입하는 걸로 의심된다는 건데 이건 골프웨어 브랜드의 폭발적 성장을 봐도 알 수 있다. 사진빨 잘 받는 골프웨어 사려는 골린이들이 늘어나면서 2019년에는 4조5000억원이던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6조3000억원으로 매년 10퍼센트 이상 고성장을 거두고 있다. 같은 기간 패션업계 전체의 규모는 3퍼센트 하락한 걸 보면 골린이의 위력이 실로 굉장했다.

이건 최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허세의 피라미드인데, 위로 올라갈수록 가격도 진입장벽도 높아지고 덩달아 허세력(?)도 높아짐을 뜻하는 사진이다. 골프도 이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파인다이닝이나 명품을 가지고는 이제 과시욕을 채우지 못하니 그 윗 단계인 골프로 허세를 한다는 것이다. 요즘엔 이걸 허세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젊은 세대의 인증샷 문화와 인정욕구, 과시욕이 골프의 인기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골프라는 거가 이제까지는 제한적인 사람들이 즐겼던 스포츠 였던 거에요.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돼야지 즐겼던 스포츠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보다 제한돼 있을 때 그 가치나 매력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거예요. 골린이도 아마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인증 샷으로 본인은 과시하기도 하고, 또 일부 젊은 층들이 볼때는 부럽기도 하고. 그게 과시욕이 작용하는 거죠. 인정을 받으려는 인정 욕구도 작용하게 되는 거고요.”

다만 골린이들의 증가를 단순히 허세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분명 골프의 매력에 빠진 이들도 있을 것이며, 특히 새로운 경험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2030의 ‘가치소비’ 문화도 골프 성장의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남의 눈에 맞춰 살고,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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