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이 13일 서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와 만남으로써, 한국 최대 기술 재벌과 독일 명차 제조사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기술에 손을 맞춘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기업 간 예의 차원의 만남이 아니라,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미래 전기차 시대를 결정할 최전선 기술 분야에서의 본격적인 글로벌 동맹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대형 협약이 예고된 서울의 밤
이날 서울에서 펼쳐질 만찬에는 단순히 양사의 최고경영진뿐만 아니라 삼성SDI의 사장도 동석한다는 점에서, 이 자리가 얼마나 중대한 결정을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만찬장 자체가 대규모 협약 체결의 무대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급계약의 수준을 넘어, 양사가 향후 5년, 10년의 미래 자동차 생태계를 어떻게 함께 구축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적 청사진을 담은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배터리, 미래 자동차의 심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
이번 회동의 중심은 무엇인가. 바로 배터리다. 벤츠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산 배터리를 전략적 파트너로서 정위치시키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삼성SDI는 BMW와의 장기 협력 관계 속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미 BMW 차량에 대한 실증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다.

벤츠와의 협력에서도 배터리 공급 및 기술 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성이 뛰어나며,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삼성SDI가 벤츠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면, 전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특히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독주를 견제하는 중요한 포석이 될 수 있다.

>> 프리미엄 경험을 완성하는 디스플레이 기술
배터리와 함께 중요한 협력 분야는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은 벤츠의 차세대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특히 2028년 출시될 차세대 마이바흐 모델에 삼성 OLED가 적용될 계획이다. OLED는 자가 발광 특성으로 인해 명암비가 뛰어나고, 응답 속도가 빠르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벤츠의 프리미염 신차 라인업 전반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탑재될 가능성은 높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벤츠 브랜드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운전석의 모든 화면이 삼성 기술로 장식되는 미래의 벤츠 자동차 모습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반도체의 전략적 확대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23조 원대의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이제 벤츠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고도화된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차량 내 정보 오락 시스템 등 현대 자동차의 모든 지능화 기능은 고성능 반도체에 의존한다.
삼성전자가 벤츠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처로서 입지를 다진다면, 이는 단순히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벤츠의 기술 전략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 전장, 차량의 신경계를 주조하는 기술
전장(차량용 전자장비) 분야도 이번 협력의 중요한 축이다. 현대 자동차에서 전장 기술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차량의 신경계를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의 전장 기술력이 벤츠의 차량에 광범위하게 통합된다면, 벤츠 자동차의 기술 신뢰성과 경쟁력이 한 단계 상승할 것이다.
>>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성
이번 삼성-벤츠 협력은 단순한 일회성 거래가 아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사건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배터리 규제 등으로 인해, 선진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급처의 다변화를 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벤츠가 한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략의 일환이다. 동시에 삼성은 테슬라, 벤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한국 진영 강화
이번 회동의 의미는 한국 산업 전체의 맥락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라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러한 수직 통합의 강점을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제조사인 벤츠와 나눈다는 것은, 한국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것과도 같다.
미래 자동차 시대는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의 경쟁이다. 삼성과 벤츠의 이번 만남은 이러한 최전선에서 한국과 독일이 손을 맞잡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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