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동안 암살 시도 눈치 못채…뻥뚫린 트럼프 경호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2024. 9.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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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50일 앞두고 파장 확산
현장서 트럼프 기다린 용의자
주변 배회해도 위협 감지못해
두번째 경호실패에 비판 커져
"바이든·해리스의 발언 때문"
트럼프, 암살 책임론 언급
바이든 "안전해서 정말 다행"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이언 W. 루스(가운데)를 경찰이 체포하고 있는 모습이 1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암살시도를 한 용의자가 현장에 12시간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호실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를 유죄 선고를 받은 중죄인에게 금지된 총기 소지 및 일련번호를 지운 총기 소지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두 혐의 모두 최대 징역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특히 기소장에는 수사 당국이 라우스의 휴대전화 기록을 조회한 결과 그가 사건 현장 인근에 15일 오전 1시59분부터 오후 1시31분까지 거의 12시간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자가 오랫동안 주변에 있었는데도 경호국이 왜 더 일찍 위협을 감지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기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이 지난 15일 오후 1시31분께 골프장 주변을 걷다가 나무가 늘어선 곳에서 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보고 그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

이에 용의자는 나무에서 나와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고, 오후 2시14분께 I-95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닛산 SUV는 도난 신고가 된 2012년형 포드 트럭의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다.

용의자가 있던 장소에서는 디지털카메라, 조준경을 장착하고 장전된 SKS 계열 소총, 음식을 담은 검은 플라스틱 봉지가 발견됐다. SKS 계열 소총의 일련번호는 지워진 상태라 맨눈으로 읽을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수사국(FBI)이 일련번호를 복구해 구매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소총을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수사실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경호실패 논란에 대해 로널드 로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은 16일(현지시간)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일어난 첫 암살 시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호"를 지시해 경호를 강화했고, 전날 골프장에서도 그렇게 강화된 경호를 적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 국장 대행은 사건당시 먼저 6번 홀 그린을 확인하던 경호국 요원이 소총으로 판단되는 물체로 무장한 용의자를 발견해 사격했다면서 "용의자는 전직 대통령(트럼프)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고 현장에서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2개월 사이에 두 번째 암살 시도에 직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전하다는 데 대해 안도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화를 해줘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 당국자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그(암살 시도범)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에 대한 표현)을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을 거론해 이목을 끌었다.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언사가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로 연결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경호한 비밀경호국(SS) 요원들에 대해서는 "환상적으로 일을 했다"며 치하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우스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라우스가 도주할 위험이 있고 지역사회에 위험하다면서 다음 심리일까지 그를 구속할 것을 요청했고, 판사는 요청을 수락했다.

한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는 과거 이란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출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291페이지 분량의 이 책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맺은 핵 협상을 폐기한 데 분노를 표출하며 "이란, 사과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진 문장에서 "트럼프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You are free to assassinate Trump)고도 썼다.

라우스는 책 전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보', '멍청이'(fool, buffoon, idiot)라고 칭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같은 독재 지도자들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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