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부동산 침체, 도시는 늙어간다
일산, 머물 곳에서 떠나는 도시로
한때 대한민국 대표 신도시로 주목받았던 고양시 일산. 쾌적한 환경과 균형 잡힌 도시계획으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빠르게 늙어가는 도시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아동 인구, 무너지는 기반시설, 고령화에 집중되는 복지와 침체된 주택시장까지. 변화하지 않는다면 일산은 ‘살기 좋은 도시’에서 ‘머물 수 없는 도시’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라지는 아이들, 텅 비는 교실
일산 주엽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는 불과 6~7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450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200명대로 감소하였습니다.

특히 올해 1학년 입학생은 33명에 불과해 겨우 두 반으로 편성된 상황입니다. 과거 대기표를 뽑으며 입학하던 유치원도 2023년 폐원 후 카페로 바뀌었으며, 아파트 내 어린이집이었던 공간은 편의점으로 바뀌는 등 어린이 공간의 흔적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도시, 기능이 바뀌는 거리 풍경
고양시는 현재 경기도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2025년 기준 18만 9천 명이 넘습니다. 15년 후에는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거리의 풍경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때 국민은행과 하이마트가 자리했던 대로변 건물은 지금은 치과와 척추병원이 되었고, 인기 산부인과였던 의료기관은 요양병원으로 전환됐습니다.
무너지는 균형, 기울어가는 도시
고양시 내 아동복지시설은 39개에 불과한 반면, 노인복지시설은 300여 개에 달합니다. 병의원은 70여 곳이 넘지만, 소아 야간진료 병원은 단 3곳뿐입니다. 일산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그랜드백화점과 원마운트마저 문을 닫으며 도시의 상징성도 함께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일산 아파트의 거래회전율은 0.24%로 1기 신도시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집값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빠지고, 재정은 가라앉는다
부동산 침체는 고양시의 재정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재산세 수입 감소로 인해 고양시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33.68%에서 2024년 32.27%로 하락했습니다.

결국 고양시는 지역화폐 인센티브와 청년기본소득 같은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층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습니다.
도시는 기능으로 존재합니다
도시는 단순히 주거 공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주거, 일자리, 상업, 문화, 의료, 치안 등 다양한 기능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도시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산은 핵심 기능을 잃어가고 있으며, OECD는 '모두를 포용하지 못하는 도시는 누구에게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합니다.
“좋음”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공원, 도로, 쾌적한 환경만으로는 도시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좋은' 도시라도 그 안에 변화가 없다면, 결국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지금의 일산은 과거의 명성에 안주한 채, 빠르게 기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시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