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은퇴하면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60대와 70대 여성들 가운데는 오히려 남편이 퇴직한 뒤 부부 사이에서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잠자리와 스킨십 문제는 자식에게도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어렵다. 남편이 싫어진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속도가 달라졌는데 그 차이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하루 종일 함께 있는데 밤까지 남편에게 맞춰줘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남편이 직장에 다닐 때는 부부에게 각자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는 날이 많아진다. 식사도 함께하고 외출도 함께하다 보니 아내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필요해질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부부 사이도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다. 같은 집에 산다고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예전과 달라졌는데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 몸의 변화가 생긴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이전과 다른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고 피로와 수면 문제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 대한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불편함보다 남편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여성에게는 "오늘은 싫어", "나는 불편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괜히 남편이 서운해할까 봐 참는다. 그러다 보면 잠자리 자체보다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잠자리가 아니라 평소의 다정함부터 받고 싶다
의외로 가장 깊은 속마음은 이것일 수 있다. 낮에는 하루 종일 대화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내가 집안일을 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낸다. 그런데 밤이 되면 갑자기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러면 아내 입장에서는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오늘 힘들었지?", "내가 설거지할게.", "당신도 고생 많았어."
평소 이런 말과 행동이 쌓여야 자연스럽게 마음도 가까워질 수 있다. 부부의 친밀함은 밤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낮 동안 서로를 어떻게 대했는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었다고 부부 사이의 스킨십이나 친밀함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는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고 관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몸을 존중하는 것이다. 한쪽이 원한다고 다른 한쪽이 의무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관계가 되어서는 오래 편안하기 어렵다.
은퇴 이후의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달라진 몸과 생활을 인정하면서 두 사람이 편안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60대와 70대에도 사이좋은 부부는 밤마다 꼭 붙어 있는 부부가 아니라, 싫을 때는 싫다고 말해도 사랑을 의심받지 않고 평범한 낮에도 서로를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부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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