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경기도에 5000억 소송전..표류하는 K-컬처밸리

CJ ENM과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지난 8일 경기도가 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무산됐다며 516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사진 제공=CJ라이브시티

CJ ENM이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사업 무산 책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예고하면서 사업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인프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순조로운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부지 제공자이자 사업 주도자인 경기도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면 CJ와의 갈등에서 나타난 지연과 책임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CJ그룹에 따르면 CJ ENM과 CJ라이브시티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을 상대로 총 5161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지체상금 채무 부존재 확인 3134억원 △서울보증보험 구상금 반환 청구 203억원 △손해배상 청구 1824억원 등이다.

이번 소송은 경기도가 지난달 CJ ENM에 3144억원 규모의 지체상금(지연배상금)을 부과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8년간 공정률이 3%에 불과하다”며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협약을 해제했다. 이어 기본협약상 개발기한(2020년 8월) 위반을 이유로 CJ ENM에 지체상금 부과를 통보했다.

소송의 쟁점은 K-컬처밸리 사업 무산의 주된 원인이 경기도의 인허가 지연과 협력 의무 불이행에 있다는 점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6년 5월 경기도와 기본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네 차례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됐다. CJ 측은 계약 주체인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와 인허가 주체인 고양시가 분리돼 행정 비효율이 발생한 것이 지연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사업 부지 내 한류천 수질 악화와 폐기물 발생은 부지를 제공한 경기도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책임을 전적으로 CJ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불가 통보로 1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는데, 경기도가 한국전력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등 필수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J ENM과 경기도 간 법적 분쟁이 예고되면서 K-컬처밸리 사업의 향방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환경·인프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향후 새로운 민간기업이 참여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4월 T2부지(15만8000㎡) 사업을 민간 공모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엔에이치엔링크·놀유니버스·G2파트너스 등 4개 기업이 참여했다. CJ라이브시티도 재참여를 검토했으나 과거 기부채납한 아레나를 700억원에 재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해 사실상 포기했다. 경기도는 10월 한 달간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26년 2월까지 협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K-컬처밸리 부지 현황. 경기도는 아레나가 들어설 T2 부지는 민간기업 공모로 추진하고 나머지 부지는 마스터플랜 수립 후 GH가 직접 주도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경기도 제공

그러나 T2부지는 여전히 한류천 수질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개선 방식에 따라 아레나 부지 설계가 달라질 수 있어 복개 여부나 수질 개선 방안이 핵심 쟁점이지만,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와 협의 끝에 복개 방안으로 합의했으나 경기도와의 계약 해제로 계획이 중단됐다. 고양시는 수질 2등급 확보 조건이 없어지자 현재 3등급 수준 유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레나 인근에서 발견된 대규모 건설·산업 폐기물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2022년 CJ라이브시티가 터파기 공사 중 발견한 폐기물을 자체 예산 60억원으로 차량 약 9600대 분량 처리했으나 잔여 폐기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CJ와 경기도는 폐기물 처리비와 공사 지연 보상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경기도가 핵심 현안을 해결하지 않는 한 K-컬처밸리 사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지 제공자이자 사업 주도자인 경기도가 각종 지연 요인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소극적 태도가 이어질 경우 CJ와의 갈등에서 드러난 악순환이 새 사업자에게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 사업자가 참여하면 한류천 수질 문제와 공사 비용 분담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과거처럼 지체보상금이 발생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경기도가 향후 사업자와 신뢰를 회복하려면 갈등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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