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의 밸류에이션이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안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시장 확대와 'H-Road' 발표에 따른 실적 증가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오산시 옹벽 붕괴사고 등 안전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안전사고 쏠린 눈...밸류에이션 영향은
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최근 1년간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보통주 1주당 가격은 종가 기준 최저 2만4100원, 최고 8만5100원을 기록했다. 최근 주가는 6만원대 초반이지만 지난 3년간 4만원 초반~2만원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북 테마주로 떠오른 지 약 7년 만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원전 수주가 가시권에 들어선 데다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AP1000노형을 개발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3개의 대형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핵심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는 지난해 11월 설계 계약 이후 올 4분기 중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건설의 설계·조달·시공(EPC) 도급액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3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인 H-Road를 발표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건축사업을 유럽·미국·오세아니아 등 선진시장으로 확대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연간 실적으로 연간 40조원 이상의 매출·수주와 8%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교체와 금리인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 해소 등 건설산업의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주가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만 안전 리스크가 걸림돌이다. 7월16일 현대건설이 시공한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에서 10m 높이의 옹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던 40대 차량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후 22일 현대건설의 도로·옹벽 설계와 시공, 유지·보수 등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5% 이상 하락했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해 면허 취소와 입찰자격 영구박탈, 금융 제재 등 강력한 처분을 예고한 만큼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사고로 규제를 받게 되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연결실적이 연동되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사고 수습도 부담 요인이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연간 영업이익 가이던스로 1조1828억원을 제시했지만 사고 처리에 드는 비용을 반영해야 해 목표에서 멀어지게 됐다.
여전한 성장 모멘텀 '사고 수습' 만전
각종 사고로 안전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성장 모멘텀은 강력하다. 도급액 10조원이 기대되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를 비롯해 슬로베니아 원전은 올 3월 기술타당성 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핀란드 원전은 국영 에너지기업 포툼으로부터 사전업무착수 계약 대상자로 선정됐다. 미국의 홀텍과 협력하는 소형모듈원전(SMR)은 연말 착공할 계획이다.
호실적 기대감에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18년 연속 결산배당에 나선 가운데 배당수익률은 2020~2024년 1.7%에서 2022~2024년 2.6%로 0.9%p 상승했다. H-Road에 따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경우 주주환원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2025~2027년 총주주환원율을 25%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산시 옹벽 붕괴,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 등의 해결이 중요한 상황이다. 오산시 옹벽 붕괴사고의 경우 현대건설의 하자보수 책임 기간이 만료돼 시설관리에 대한 책임은 오산시에 있다. 압수수색에서 현대건설의 귀책이 확인되지 않으면 과징금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영업정지는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성이 있어야 하나 이번 사고는 시설관리 미흡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중대시민재해로 과징금을 받을 경우 최대 50억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면과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일으킨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경우 영업이익 가이던스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안전장치인 전도방지시설(스크루잭)을 임의로 제거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책임이 있으므로 영업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과 평택시 주택 건설현장 등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며 "향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해 이에 따른 대외신인도와 수주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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