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손쉽게 타려면...현대차그룹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대자동차그룹이 남양기술연구소(경기 화성시 남양읍 소재)에서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23일 진행했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을 직접 제작해 발표하는 대회다.
2010년부터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열정과 창의력을 장려하기 위해 시작해 올해로 14회차를 맞았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이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부터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연계해 교통 약자 및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 가운데 본선 진출 팀은 15팀(제작 부문 9팀, 시나리오 부문 6팀)으로 추려 이날 본선에서 경합을 펼쳤다. 현대차그룹은 본선에 오른 팀에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을 지원했다. 각 팀은 약 5개월 동안 시제작 및 시나리오로 구현했다.
제작 부문에서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및 V2H(Vehicle to Hospital) 통신을 활용한 ‘찾아가는 인공신장실’,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수상 구조 모빌리티 ‘오빗(Orbit)’, UWB 통신 기반 ‘사각지대 보행자 사고예방 기술’, 청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사이드 미러 수어 소통 시스템’, 차량 공조시스템을 외부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V2GO(Vehicle To Go)’, 시각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한 ‘햅틱 내비게이터’ 등이 경쟁을 벌였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임산부 맞춤형 차량 구독 서비스 ‘임-편한세상’, AI 기반 능동형 음주운전 예측 및 예방 시스템 ‘드렁크헌터’, 공유 킥보드를 활용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성 향상 기술,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 기술이 공개됐다.
각 팀의 발표가 마무리된 이후 현대차연구소 CTO 김용화 사장이 포함된 임직원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참신성, 완성도 등을 평가했다. 추가로 유튜브 ‘좋아요’ 점수를 종합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그 결과 제작 부문에서는 ‘햅틱 내비게이터’를 발표한 ‘H-sense’ 팀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H-sense 팀이 발표한 햅틱 내비게이터는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버스 탑승을 위해 고안됐다.
버스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꺼리는 대중교통이다. 정류장에 버스 여러 대가 도착할 경우 소리만으로 탑승할 버스를 찾기 어려울뿐러더 승하차 위치도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버스 기사 역시 탑승객이 시각장애인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를 위해 H-sense 팀은 햅틱 내비게이터 ‘데이지(Daisy) 시스템’을 개발했다. 데이지 시스템은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는데 사용하는 지팡이와 버스 내에 탑재되는 비콘으로 구성된다. 지팡이에 타고자 하는 버스의 번호를 말하면 해당 버스에 탑재된 비콘에 지속적인 신호를 발송한다.
정류장에 가까워진 버스의 응답 신호가 지팡이와 가까워지면 지팡이는 버스와의 상대적인 거리와 방향을 계산할 수 있다. 진동을 통해 지팡이 소지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버스 기사가 시각장애인이 탑승하는 것을 알릴 별도의 신호도 존재한다. 비콘을 점등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데이지 시스템이 대중화된다면 시각장애인은 손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공유 킥보드를 활용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성 향상 기술’을 발표한 ‘의좋은 오누이’ 팀이 각각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의좋은 오누이 팀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공개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은 장애인 전용 콜택시다. 빠르고 편하지만 지역 예산안 문제로 이를 예약하는 일부터 부담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이용해 교통거점(지하철역 및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일반인에게 교통거점까지 이동하는 건 별일 아니지만, 수동식 휠체어를 이용해 언덕길을 오르내린다고 생각하면 다른 일이다. 교통거점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상당한 노동력이 소비된다.
단순히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통 휠체어의 경우 비싼 가격과 내구성 문제로 인해 상당수 장애인은 수동식 휠체어를 선택한다. 전동 휠체어와 수동 휠체어의 사용자 수는 각각 10만 명, 1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의좋은 오누이 팀은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공유 킥보드를 활용했다. 장애인이 앱을 통해 내 주변 공유 킥보드 위치를 파악한 뒤, 공유 킥보드와 휠체어를 연결해 이동성을 높인다는 것.
이때 공유 킥보드는 동력 보조의 역할을 수행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 속 사소한 변화로 장애인의 이동성을 크게 높이는 시나리오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작 부문 대상을 차지한 H-sense팀에게는 상금 1천만 원과 ‘2024 CES’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시나리오 부문 대상 의좋은 오누이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부상으로 아시아 지역 해외기술 탐방이 수여됐다.
현대차그룹 CTO 김용화 사장은 “이번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모빌리티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지를 고민한 임직원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창의적인 연구개발문화 조성을 위해 이러한 도전의 장을 지속해서 운영 및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발굴된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는 특허 출원, 양산 적용, 스타트업 분사 등 단순 경연대회 이상의 결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의 경우 ’21년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다기능 콘솔’ 아이디어가 양산에 적용된 사례다.
화성=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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