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또 거리에 서는 전국 학생들 "기후위기 대응 앞장서주세요"

6월 초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이들은 힘이 있는 정부와 기관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앞서 경남학생기후정의행진은 환경과생명을지키는경남교사모임 주최로 학생 3000명 정도가 동참하며 지난해 9월 2회 행사를 펼친 바 있다. 이번에는 전국으로 참여 범위를 넓혔다. 행진 전에 기후위기 심각성을 공유하려고 전국 학생들이 화상으로 만나 공동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첫 수업을 함께 들어봤더니 학생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지난 21일 오전 학생기후정의행진 준비 모임이 주관한 화상 수업에서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화상 수업 화면 갈무리
지난 21일 오전 학생기후정의행진 준비 모임이 주관한 화상 수업에서 박경화 작가가 말하고 있다. /화상 수업 화면 갈무리

◇날카로운 질문 쏟아져 = 지난 21일 오전 9시께 초등학교 학생들이 '특별한 1교시'를 위해 화상 수업으로 만났다. 창원·진주·김해·거제·통영 등 경남지역 학교는 물론 서울·인천·대구·세종·경기·경북·전북·전남·강원·충북 등 전국 180여 학급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튜브로도 4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화상 수업은 학생기후정의행진 준비 모임이 주관한 '모두를 연결하고 모두가 협력하는 생태전환교육' 중 하나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10>,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등 다양한 환경 책을 펴낸 박경화 작가가 초대됐다.

박 작가는 먼저 산양, 점박이물범, 구상나무 등 동식물 이야기로 학생들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산양 보금자리에서는 콩자반처럼 생긴 동그란 똥을 볼 수 있어요. 산양 똥에 있는 여러 열매 씨앗 중 헛개나무 열매를 다시 심어봤더니 굉장히 튼튼한 싹이 텄다고 해요. 산양은 숲에 살면서 풀을 뜯어 먹고 똥을 싸면서 식물이 잘 자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야생동물은 저마다 역할이 있어요. 그런데 산양이 사는 강원도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쳐 750여 마리가 죽었다고 해요. 기후위기 때문에 산양도 큰 피해를 보고 있어요."

"인천 백령도에는 점박이물범이 살고 있어요. 물개, 바다사자와 사촌지간인데요. 점박이물범은 11~12월쯤 중국 발해만(보하이만)으로 이동해 얼음 위에서 하얀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를 낳고 다시 해안선을 따라 백령도로 돌아온다고 해요. 300~400마리 정도 관찰된다는데, 기후위기로 발해만 얼음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바다가 오염되면서 점박이물범 수도 줄고 있다고 해요."

또 박 작가는 탄소중립 사회, 태양광 집·자동차·버스, 패시브 하우스(초단열주택), 학교와 집에서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 방법 등을 소개했다.

"재사용 가게에 기증하며 자원을 절약하고, 요즘 많이 생겨난 포장지 없는 동네 가게를 이용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을 두고 이 위기를 해결하고자 힘 있는 곳에서 앞장서달라고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보여주는 것도 필요해요."

수업은 40여 분으로 짧았지만 학생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전기자전거도 환경오염이 되나요?", "태양광버스는 태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지구 온도가 내려가지 않으면 지구는 어떻게 되나요?", "다른 나라 초등학교 친구들도 기후행진에 참여하나요?", "우리나라에 멸종 위기였다가 다시 늘어난 동물이 있나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되나요?", "키울 때 물을 많이 쓰는 아보카도는 먹지 않는 게 좋은가요?"

박 작가는 질문 하나하나에 답해주기로 약속했다.

오는 29일에는 과학자인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초청해 중고교생과 함께 '특별한 1교시'를 만든다.

◇정부 탄소중립 노력 촉구 = 전국 학생들과 교사들은 6월 5~11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캠페인 '학생기후정의행진'과 수업을 진행한다. 6월 5일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제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고, 환경교육 주간이기도 하다.

학생기후정의행진은 2022년 거제 신현초등학교 등 경남지역 학교 15곳이 참여한 공동 수업으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도내 학교 55곳이 참여했는데, 학생과 교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수업을 하고 학교 주변과 인근 마을에서 캠페인을 펼쳤다. 올해는 전국으로 그 규모가 더 커졌다. 특정 단체가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 또는 학교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연결망을 구축해 학생기후정의행진에 나선다.

이들은 "기후위기 극복은 미래 세대 인권 문제이기에 정부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물으며 2020년부터 청소년·시민·아기 등이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을 두고 "헌법재판소는 미래 세대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국가의 탄소중립 정책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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