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뀐' 현대엔지니어링, 배당 정책 변화올까

/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직에 그룹 주요 재무 임원을 배치하면서 배당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 부진 등으로 2020년 이후 배당금을 줄인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로 내정된 주우정 사장은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5년간 맡아왔다. 주 사장이 기아 CFO로 몸담은 동안 실적 개선 효과로 배당금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기아는 2019년 주당 1150원의현금을 배당했는데 이듬해 1000원으로 배당금이 줄었으나 2021년부터는 3000원을 배당하며 현금배당수익률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500원, 5600원을 배당하며 배당금 총액을 늘렸다.

주 사장이 기아 CFO로 재직하는 동안 기아는 창사 이래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양적으로 성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도 재무 실적 개선을 끌어낸다면 배당금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금 확대는 현대차그룹의 승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배당 재원을 활용해 상속세, 주식 취득 자금에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얽힌 지배구조를 풀 수 있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승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 하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2013년 배당을 하지 않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3분기 분기 배당을 통해 1만1000원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연말에도 1만2000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정 회장이 이후 2023년까지 배당으로 가져간 현금은 11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배당규모를 크게 줄였다. 2020년 1주당 1만5000원을 배당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듬해 주당 배당금을 1100원으로 낮췄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주당 600원씩을 배당하며 낮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주당 배당금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액면분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기존 발행 주식 1주를 10주로 나눴다. 다만 배당금 총액 자체도 2020년 1087억원에서 2021년 797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 부진으로 인해 IPO를 철회한 이후에도 건설 업황 등의 영향으로 배당금을 줄여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현대엔지니어링은 매년 434억원씩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 시기 실적 부진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배당성향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배당금이 줄었도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서 배당성향이 2021년 31.81%에서 2022년 40.18%로 증가했다.

건설 업황 부진과 증권 시장 악화 장기화로 단기간 내 IPO 재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성과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다시 배당금을 상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2조6800억원이다. 주당 1만5000원 이상의 고배당을 지급한 2020년 당시 이익잉여금 2조3008억원보다 배당 재원은 두둑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액면분할을 진행하면서 주당 배당금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라며 "당시 특별히 배당을 줄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보유한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에 얽혀있는 순환구조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 구조를 푸는 것과 별개로 정 회장은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상속을 위한 현금이 필요하다.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금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진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