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는 과도기 기술이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에서 연 '하이브리드 테크데이' 현장에서 나온 이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공개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단순히 연비만 높이는 장비가 아니라, 전기차 기술을 하이브리드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하나의 완성형 전동화 솔루션이었다.
모터가 두 개? 효율도 두 배
이번 시스템의 핵심은 두 개의 모터를 탑재한 새로운 변속기다.
기존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 하나(P2 모터)만으로 주행을 보조했지만, 이번에는 엔진과 직결된 P1 모터가 추가됐다. 이 P1 모터는 시동, 발전, 그리고 엔진을 도와 주행 성능까지 높이는 멀티 플레이어다.
쉽게 말해, 차가 움직이지 않을 때도 전기장치에 전기를 공급하고, 주행할 때는 가속을 도우며, 필요할 땐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로써 출력과 연비, 정숙성 모두 한층 더 올라갔다.
2.5 터보 하이브리드, 숫자부터 다르다
현대차는 첫 번째 차세대 파워트레인으로 '2.5리터 터보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이 엔진은 새로 추가된 모터 덕분에 기존의 벨트나 알터네이터, 컴프레서 같은 부품 없이도 작동한다. 덕분에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었고, 엔진 자체도 연소 효율이 훨씬 좋아졌다.
결과는 수치로 입증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기준, 연비는 14.1km/ℓ, 최고출력은 334마력, 최대토크는 46.9kg·m로, 기존 2.5 터보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는 45%, 출력은 19%나 향상됐다.
전기차처럼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이번 시스템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전기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능들을 하이브리드에 담았다는 점이다.
V2L: 차량 외부로 전기를 뽑아 캠핑용 전기기기나 노트북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스테이 모드: 시동을 켜지 않아도 공조, 미디어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차박이나 휴식에 딱. 스마트 회생 제동: 속도, 거리, 지도 정보를 분석해 자동으로 제동력을 조절해주는 기능. 연비도 개선되고 운전도 편하다.
사륜구동도 모터로… e-AWD와 e-VMC 2.0
기존 하이브리드에서 사륜구동은 옵션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전륜에 엔진이, 후륜에 전기모터가 들어가는 'e-AWD' 구조로, 미끄러운 길이나 언덕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차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e-VMC 2.0 시스템이 더해진다.
e-핸들링 2.0: 코너를 돌 때 차량 중심을 낮춰 롤링을 줄인다. e-EHA 2.0: 긴급 상황에서 회피 조작을 도와준다. e-라이드 2.0: 과속방지턱 넘을 때 충격을 줄여 승차감을 높인다.모터를 단순히 구동에만 쓰지 않고, 운전의 품질까지 끌어올리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다시 '주류'로
현대차그룹은 이 시스템을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1.6 터보부터 2.5 터보까지 다양한 엔진에 적용 가능 중형부터 대형, 그리고 제네시스 럭셔리 라인업까지 탑재 예정 시스템 출력은 100마력대부터 300마력대까지 폭넓은 설정 가능중요한 건, 하이브리드가 단순한 가성비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밀 제어와 고효율 엔진, 전기차급 편의 기능까지 갖춘 이 시스템은 '하이브리드의 재정의'에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에 있는 짧은 다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완성된 답을 제시한 셈이다.
<모터매거진 한줄 요약>
이제 하이브리드는 잠깐 쓰다 버릴 기술이 아니다. 제대로 쓰면 전기차보다 실속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