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로 채운 공간에서의 공존”
지난 7월 문을 연 기장 ‘빌라쥬 드 아난티’
이만규 대표의 오랜 꿈 그려냈다는 리조트
투자금 6500억원은 리조트 오픈 초 이미 회수
“잘 운영하는 일만 남았다” 자신감 내보여
17년 전 남해 힐튼(현 아난티 남해)로 시작한 아난티는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조트 브랜드가 됐다. 초기엔 ‘힐튼’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힘도 빌렸지만 지금은 ‘아난티’라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경기도 가평과 부산, 제주 그리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리조트와 호텔을 운영 중이다.
공간 하나를 개장할 때마다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아난티가 브랜드 세계관을 집대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장소는 부산 기장, 이름은 ‘빌라쥬 드 아난티’, 아난티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7월 26일 부산에 내려가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직접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디테일·정성·자유로움,이 3가지에 주안점을 두고빌라쥬 드 아난티를 만들었습니다.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만규 아난티 대표-
수영장만 5개, 독채 빌라 94채를 포함한 전체 392객실, 12층짜리 빌딩 5개와 각종 편의 시설이 모인 빌라쥬 드 아난티의 총 대지 면적 16만㎡(약 4만8000평)에 달한다. 도로변에서 리조트 내부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흙 200만t을 쌓아 부지를 38m 높였다. 갓 만들어진 리조트인 것이 티나지 않게 어느 정도 자란 큰 나무 1만 그루를 포함해 총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단연 아난티 역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였다.
아난티 코브와 빌라쥬 드 아난티는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전혀 컨셉이 달라요.
코브는 바다를 살린 휴양 호텔 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는 마을입니다.
아난티 코브를 오픈(2017년)하고 1년 뒤에 빌라쥬 드 아난티를 구상했다는 이만규 대표. 빌라쥬 드 아난티에 가면 아난티가 꿈꾸는 마을을 볼 수 있다. 이만규 대표는 “아난티의 지향점은 ‘럭셔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분양형 회원제 리조트를 운영했던 초기와 지금 리조트 컨셉은 확연히 다르다.
빌라쥬 드 아난티에는 이름처럼 한 마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있다. 프라이빗한 집, 사람이 모이는 광장, 물건을 파는 상점과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을 전부 녹여 아난티 마을을 만들었다. 이만규 대표가 꿈꾸는 아난티 월드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설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앞으로 럭셔리보다는
디테일한 것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
아난티는 리조트나 호텔을 지칭할 때 ‘플랫폼’이라고 표현한다. 플랫폼은 대표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즐겁게 모일 이유가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게 할 일이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왜 기장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만규 대표는 ‘접근성’과 ‘시장성’을 꼽았다.
“김해공항은 해운대보다 기장이 더 가까워요. 고속도로가 새로 나서 길이 좋아졌고 자연환경 역시 해운대보다 기장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이미 아난티 힐튼은 과거 3년 동안 점유율에서 해운대 호텔보다 뛰어났고 객실 단가도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명실상부 부산 지역 최고 호텔에 올랐다는 자신감이다.
Q 빌라쥬 드 아난티 만족도는?
A 설계를 오래 하는 것이 아난티의 특징이다. 설계만 최소 2년을 한다. 건설과정에서도 계속 수정한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빌라쥬 드 아난티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저 나름 만족한다. 건축물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고 다음 세대로 가도 건축물은 계속 남는다. 예술에 투자하는 것은 생존에 꼭 필요한 투자다.
아난티는 ESG에 진심인 회사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에 투자도 많이 한다. 빌라쥬 드 아난티의 어떤 건물에도 에어컨 실외기가 없다. 천장과 바닥에 차가운 물을 순환시키는 수랭식 냉방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욕실 용품도 고체형 샴푸와 비누를 사용한다. 직원이 신는 운동화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이만규 대표는 아난티 리조트 별로 1~4세대로 나눈다. 단순히 만들어진 시기를 기준으로 했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3세대예요.이곳을 기획하고 설계했을 때는 약 5년 전이었습니다.2세대 아난티 코브는 오픈은 10년 전 생각이 반영된 것이고요.4세대 제주도와 청평인데요. 지금의 아난티 철학을 담아낼 것입니다.다른 생각, 경험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
청평은 이미 착공을 했다. 오픈은 약 2년 후로 예상한다. 제주 역시 기존 골프장을 리노베이션하고 있다. 새로 짓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내년 말 정도 완공할 계획이고 호텔과 회원 전용 펜트하우스 시설은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 약 2년 6개월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할 예정이다.
아난티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첫 장소는 싱가포르가 유력하다. 이만규 대표는 “싱가포르는 잠재력이 많은 시장이다. 하지만 기존 호텔이나 리조트가 올드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9월쯤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싱가포르로 달려가 부지를 보고 진출 의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생각이다.”
Q 좋아하는 호텔 브랜드가 있는지.
A 존경하는 브랜드는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페닌슐라다. 페닌슐라는 오랜 시간 동안 거의 모든 호텔을 100% 직영하고 있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택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거다. 업계는 다르지만 코스트코의 반품 정책도 인상적이다다. 코스트코의 반품 정책과 비슷하게 아난티에서도 보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상에 드는 비용을 연구개발비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의견을 듣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Q 경쟁사가 있는지.
A ‘우리가 정답이다, 더 낫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사가 없는 것이 목표다.
이만규 대표는 향후 리조트 운영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빌라쥬 드 아난티를 만드는데 6500억원이 들어갔는데 이미 투자금은 회수한 상태다. 2023년에는 국내 호텔 업계 최초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분양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많지만 운영 매출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올해 운영 매출 목표는 2500억원, 내년은 4000억원 가량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난티는 지난 4월 온라인몰도 오픈했다. 이만규 대표는 물건을 사든 안 사든 하루 10분이든 들어와서 물건을 구경하면서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아난티의 팬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에도 마련한 것이다.
[기장(부산)=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