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크래프톤, 주주환원 넘어 지배구조 변수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주요 IT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합니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제3차 개정상법'이 시행되면서 크래프톤의 지배구조 정책도 변화를 맞게 됐다.

그간 크래프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간주됐다. 지분율 측면에서는 주요주주의 영향력을 높이는 장치로도 작동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선택지를 남겨두기가 어려워졌다. 크래프톤의 자사주 정책이 환원과 지배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주주환원 속 늘려온 자사주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시행하면서도 보유 비중을 조금씩 늘려왔다. 상장 이후 크래프톤의 매년 말 기준 자사주 변화 추이에 따르면 2022년 216만7418주(4.42%), 2023년 215만621주(4.45%)였다. 2024년에는 244만4574주(5.1%)로 지분율 5%를 넘겼으며 2025년에는 276만6322주(5.84%)까지 증가했다. 자사주를 사들인 뒤 일부를 소각하면서도 전체 보유 비중은 확대해온 셈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소각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그만큼 기존 주주의 상대지분율은 올라간다. 회사가 자사주를 얼마나 확보하고 언제 소각하느냐에 따라 지분구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자사주 보유 자체가 일종의 완충지대였다면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기존 보유 자사주도 시행 이후 1년6개월 내 소각하거나 보유·처분계획을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지분구조를 보면 자사주 소각의 파급효과는 더욱 선명해진다. 2025년 말 지분율을 기준으로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15.05%에서 15.98%로 상승한다. 2대주주인 텐센트(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 역시 14.01%에서 14.88%로 지분율이 함께 높아진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특히 크래프톤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높은 회사가 아니다. 장 의장과 텐센트의 지분율 차이도 크지 않아 소각 규모와 시점에 따라 주주 간 힘의 균형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의 비중도 작지 않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크래프톤의 소액주주 지분은 1883만8430주로 전체의 39.75%에 이른다. 소액주주가 많은 회사에서는 자사주 소각에 더 민감해진다. 양대주주의 지분율이 함께 오르더라도 분산된 주주 기반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소각 자체보다 이후의 의결권 지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3년간 7000억원 추가 취득·소각

크래프톤은 주주환원 강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식화했다. 회사가 발표한 '2028년까지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향후 총 7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계획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와 별개로 추진되는 순수 신규 취득분이라는 점이다.

주주환원 강도만 보면 공격적인 계획이다. 다만 현재 보유분을 소각하는 것만으로도 지분율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추가 취득분까지 반영될 경우 지배구조 변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자사주를 얼마나 더 사들이느냐만이 아니다. 소각 이후 달라질 지분구조를 회사가 어떻게 설명할지도 중요해졌다. 자사주를 보유한 채 시간을 두고 활용하는 방식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다른 방식의 자본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배당을 늘릴지, 추가 소각 일정을 앞당길지,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더 정교하게 만들지 등을 선택해야 한다. 크래프톤도 이제 자사주 정책을 단순 환원책으로만 제시하기는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기업들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크래프톤도 자사주 매입 액수뿐 아니라 소각 이후 바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힘의 균형까지 고려한 정교한 자본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준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