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디퓨저
샌더스 더 샤인 핏 개발기

고급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향이 난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향. 각 요소가 잘 들어맞을 때 호텔 로비는 단순한 접객 공간이 아닌 호텔의 첫인상이자 브랜드의 한 축이 된다. 공간 경험에서 후각적 자극이 시각적 자극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다.
샌더스의 박준형(41) 대표는 여행 중 방문한 고급 호텔에서의 경험을 집으로 옮겨오고 싶었다. 가전기업 해외영업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스마트 디퓨저’를 개발한 계기다. 가정용으로 출발해 최근엔 차량용이나 작은 공간용 디퓨저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를 만나 스마트 디퓨저 개발기를 들었다.
◇집과 차에서도 호텔 향을 내는 똑똑한 디퓨저

샌더스는 향 가전 전문 브랜드다. 첫 제품은 2024년 9월 출시한 스마트 디퓨저 더 샤인미스트(The Shine, Mist)다. 견고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아 대형병원, 대기업 산하 미술관도 더 샤인미스트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유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을 통해 젠틀몬스터 국내 매장 및 면세점에 더 샤인미스트를 비치했다. 해외에도 진출해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마쿠아게’에서 펀딩을 진행했고, 대형 전자기기 판매점 ‘빅카메라’ 입점을 앞두고 있다.

더 샤인미스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2025년 11월, 차량용 전자 디퓨저 ‘더 샤인 핏’(The Shine, Fit)을 출시했다. 좁은 차량 내부나 밀폐된 방 안에 액체형 디퓨저를 뒀다가 인위적인 향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주행 중 쏟아져서 차량 내부가 망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고충을 겨냥한 제품이다.
단순히 향료를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 모터가 강력한 기류를 수직으로 분사해 원액을 미세 입자로 쪼개서 내보낸다. 입자가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기 쉬운 초음파 방식과 달리, 상향 분사 방식을 통해 향기를 공기 중에 더 높고 고르게 확산시킨다.

차량 주행 상황에 맞춘 기능 설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핏(Fit) 모드 구동 시 차량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주차 2분 뒤 알아서 전원을 껐다가 시동을 걸면 다시 작동한다.
유럽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기능성을 조화롭게 갖췄다.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블랙, 실버, 로즈골드 세 가지 색상이 있다. 차량은 물론 사무실, 공부방, 침실에 두기 좋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4년간 파이어족으로 살아보니

박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조기 졸업했다. 남자 동기들보다 빠른 25살에 대우전자(현 대유위니아)에 입사했다. “해외영업 담당자로 8년 근무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메인으로 미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담당했습니다. 회사 일에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해외 바이어와 중개업자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몰랐던 비즈니스를 새로 알게 된 덕이죠.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겨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걸 배우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중국 출장이라도 가면 제 담당이 아닌 데도 자원해서 제조 절차 등을 배웠습니다.”
성실한 직장인이었던 그에게 번아웃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국가를 담당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일찍 취업했으니 이젠 쉴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정든 회사를 떠나 1년간 원없이 놀았습니다. 이후 한 드론 스타트업의 해외영업 담당자로 이직했어요. 결제, 물류 등 큰 조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죠.”
2020년 초, 대우전자로 재입사했지만 고민이 깊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수출 비중이 컸던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한 것이다. “재입사 하면서 동기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됐어요.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서 미안했죠. 얼어붙은 바깥세상과는 달리, 소위 ‘파이어족’의 삶을 누릴 기회도 생겼어요. 주식 투자가 대박 났거든요. 수억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결국 회사를 완전히 떠나기로 하고 프랜차이즈 식당 두 곳을 열었습니다.”

두 곳 다 잘 됐다. 애써 일하지 않아도 적지 않은 수입이 따박따박 들어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누렸다. “해외여행을 1년에 10번 이상 다녔습니다. 해외 한 달 살기도 떠났죠, 명품도 사고 싶은 만큼 샀어요. 그렇게 4년을 살았어요. 공감이 안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울적했어요. 좋은 것만 보고, 걱정 없이 사니까 오히려 허무했습니다. 그 시기에 어머니도 편찮으셨어요. 복잡한 마음을 분산하기 위해 다시 회사원이 되기로 했습니다.”
취업 후 반년 뒤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직장인과 자유인, 생과 사의 기로를 오가며 지금이야말로 내 일을 할 때라고 느꼈다. 그렇게 샌더스를 창업했다.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가전 브랜드를 하기로 했습니다. 가격경쟁력이 있으면서 트렌디하고 세련된 가전제품 브랜드를 표방합니다. 유통사나 중개사를 거치면 수수료를 많이 떼서 가격이 원가 대비 3~5배 뛸 수밖에 없습니다. 유통구조나 마케팅에서 발생하는 거품을 빼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가전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 디퓨저 더 샤인미스트 개발노트
1. 해외 여행 경험에서 아이템 구상

숱한 해외여행 경험이 첫 아이템 선정의 단초가 됐다. “향을 좋아해 향수 모으기가 취미입니다. 여행을 다녀보니 호텔마다 고유의 향이 있더라고요. 유명 호텔 체인은 조향을 의뢰해서 시그니처 향을 만들 정도로 향에 진심입니다. 집에서도 이런 향을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향은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서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잖아요. 집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액상 디퓨저, 룸 스프레이, 향초는 공간의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 놓기엔 한계가 있었다. 향의 전파력이 약하고 지속 기간은 짧기 때문이다. 그 대안이 바로 스마트 디퓨저다. “스마트 디퓨저가 새로운 상푼군으로 떠올랐지만, 눈길을 끄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플라스틱 제품이었는데요. 미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부족했어요. 기존 제품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제품 더 샤인미스트를 출시했다. 디자인과 내구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향으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마트 디퓨저입니다. 구동 후 단 3초 만에 공기가 확산돼, 최대 30평 공간까지 향이 퍼집니다. 기분 좋은 향이 오래 유지되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서 조작도 가능합니다.”
2. 시중 제품의 아쉬운 점 보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위해 라인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차기작인 차량용 디퓨저 더 샤인 핏 개발에 들어갔다. 주안점을 둔 건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다. “디자인부터 흔한 차량용 소품과는 궤를 달리하는 제품입니다. 덴마크의 감성 디자인 스튜디오 비카(VIKA)의 디자이너 마티아스 뤼케(Mathias Lykke)의 스케치에서 착안한 디자인입니다. 마티아스 뤼케는 곡선과 질감, 비례를 깐깐하게 따지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죠. 색상은 블랙, 실버, 로즈골드 세 가지로 공간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좋은 떡을 추구한다. “고급스러운 느낌과 내구성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겉보기에 값이 나가 보이고 실제로도 튼튼합니다. 이용자의 행동양식도 고려했습니다. 일부 전자 디퓨저는 전원선을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는 게 많은데요. 충전형으로 무선 사용이 가능합니다.”
3. 공간 맞춤형 설계로 사용감 극대화

차량용 디퓨저라는 콘셉트에 맞게 성능을 설계했다. “핏 모드를 켜면 차량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주차 후 내리면 2분 뒤 알아서 전원을 끄기 때문에 불필요한 향료 소모를 막아줍니다. 반대로 시동을 걸면 다시 작동해 자동으로 향기를 분사합니다. 반대로 바쁜 아침, 일일이 전원을 켤 필요가 없고, 매번 끄고 켤 필요가 없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전원을 켜고 끄는 식으로 조작해도 됩니다.”
관건은 안전한 주행을 도모하는 것이다. “제품이 45도 이상 기울어지면 알람이 울리면서 작동을 멈춥니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공간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죠. 수납력 또한 훌륭합니다. 국내 대부분 차량의 컵홀더 규격에 맞게 설계돼 코너링 중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입니다.”
4. 다양한 공간에 활용 가능

차량용 디퓨저가 메인 콘셉트지만 다양한 공간에 활용 가능하다. “인천의 유명 5성 호텔에 더 샤인 핏 10개를 테스트 론칭했습니다. 체크인하는 숙박객에게 아로마 키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객실 전체에 제품 비치를 추진하기도 전에 외국인 관광객이 10개 중 8개를 가져가는 해프닝이 벌어졌어요.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 할 만큼 제품의 매력이 확실히 통했다는 것을 증명한 기분 좋은 사례로 남았죠.”
◇감각 좋은 브랜드,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

더 샤인 핏은 더 샤인미스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 출시 3개월 만에 첫번째 발주 물량의 90%가 소진됐을 정도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샌더스를 향 전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상업용 전자 디퓨저 더 샤인 맥스(The Shine, Max), 패브릭 소재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더 샤인 에어 (The Shine, Air) 등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칭찬도,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향이 좋아서 차에 있는 순간이 즐겁다, 디자인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 등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좋은 소리만 들었던 건 아니에요. 자주는 아니지만 날 선 의견을 접할 때도 있습니다. 호평과 악평 모두 소중해요. 대우전자 시절엔 B2B 영업을 했으니 소비자와 직접 닿을 일이 없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매 순간 소비자와 함께 한다는 걸 체감합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노동 없이 보냈던 4년보다 매 순간이 소동인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성취하는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껴요.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일이 잘 됐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해요. 한때는 저도 낮에 카페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다 하루 일과가 헬스장 방문뿐인 삶을 살아봤어요. 어느 순간부터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가는 순간이 설레지 않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제가 일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요.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엔 아직 소소하지만 몰입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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