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미 보수진영 ‘종전 합의’ 반발

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후속 협상의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공화당 강경파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합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초기 내세웠던 이란 핵 프로그램 억제 목표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란에 경제적 여지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미 보수 진영의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며 “미국인들을 죽이는 자들이 이 합의를 좋아한다”고 적었다. 조지 더블유(W). 부시 행정부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마크 티센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합의의 틀이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의 세부 내용과 협상 결과를 보고 싶다. 우려된다”고 말했다.
보수 매체 내셔널리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비군사 목적 우라늄 농축 허용을 시사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마크 레빈은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이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 서명식 이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휴전 합의가 전쟁 목표 달성보다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무게를 둔 “전략적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과 핵 역량을 유지한 채 제재 완화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강력한 합의라면 농축·재처리 금지, 핵시설 해체, 무제한 사찰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공화당 내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의회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란 쪽이 이해하는 합의 내용이 미국 협상팀이 주장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며 “다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합의가 마련될 경우 밴스 부통령 등 협상 당사자들이 의회에 직접 설명해야 하며, 조약에 준하는 의회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란의 이행 의지를 둘러싼 회의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에게 미 정보기관이 수집한 첩보를 근거로, 이란이 최종 합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핵 양보를 실제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첩보에는 이란 당국자들이 내부적으로 논의한 내용이 중재자들과 미국 쪽에 전달한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내부 논의에서 이번 양해각서에 대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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