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무 소속 투수 김기중(원소속 한화 이글스)이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전 도중 퇴장 명령을 받았다. 글러브에 이물질이 묻은 사실이 경기 중 발각됐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는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 뛰는 2군 무대다. 이런 곳에서 나온 퇴장 조치였음에도, 이물질 적발이라는 사안의 무게 때문에 파장은 작지 않았다.
상무는 군 복무 중인 선수들이 소속돼 뛰는 팀으로, 김기중은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입대해 현재 상무에서 몸담고 있다. 이번 사안 역시 상무 소속으로 뛰던 중 벌어진 일이다.
KBO 시행세칙에 따르면 이 같은 적발 시 자동으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부과된다. 김기중 역시 별도 절차 없이 곧바로 이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 정체는 접착제였다
하지만 KBO가 29일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상황이 바뀌었다. 회수한 글러브를 직접 확인한 결과, 문제의 이물질은 폭염에 글러브 내부 접착제가 녹아 끈 구멍 사이로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현장 심판진의 의견과 글러브 자체 조사를 종합해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물질은 글러브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로, 부정투구를 위해 고의로 묻힌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경기 당시 육안으로 이물질만 확인됐던 상황과는 다른 그림이었다. 정밀 조사를 거치면서 비로소 진짜 원인이 드러난 셈이다.
이물질 적발 규정은 투수가 공에 인위적으로 마찰력이나 회전을 더해 부정한 방식으로 투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돼 있다. 그만큼 KBO로서도 고의성 여부를 신중하게 가려야 하는 사안이었다.
■ 10경기 징계는 철회됐다
이에 따라 KBO는 김기중에게 예정됐던 10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KBO는 "퇴장 조치 외 출장정지 제재는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도중 내려진 퇴장 조치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그 이후 이어질 예정이었던 추가 징계는 없던 일이 됐다.
고의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적발 즉시 자동으로 적용되는 규정의 예외로 처리된 셈이다. 김기중은 이번 결정으로 별다른 공백 없이 곧바로 복귀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 1·2군 통틀어 최초 사례
이번 사안은 KBO 리그 1군과 2군을 통틀어 이물질 적발로 퇴장당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그만큼 KBO로서도 전례 없는 판단을 내려야 했던 상황이었다.

기존 시행세칙은 고의성 여부와 무관하게 적발 즉시 자동 징계가 내려지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번 사례는 그 규정 안에 있던 사각지대를 드러낸 셈이다.
■ KBO가 내놓은 재발 방지책
KBO는 향후 유사한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함께 내놓았다. 선수 스스로 경기 전 글러브 등 장비와 신체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지 점검하도록 각 구단에 안내한 것이다.
이물질이 의심될 경우에는 사전에 심판진에게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도 마련했다. KBO 관계자는 "의심되는 경우 심판진의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각 구단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는 폭염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오해성 적발을 사전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효과는 시즌이 이어지며 확인될 부분이다.
■ 태평양 건너 닮은 사례
비슷한 시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물질 논란이 있었다. 고우석(미네소타)이 이물질 적발로 퇴장과 함께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고우석은 이 징계에 항소하며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불법 물질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중의 사례와는 결이 다르지만, 이물질을 둘러싼 판정 논란이라는 점에서는 닮은꼴이다.
김기중은 조사를 거쳐 징계를 피했지만, 고우석의 항소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례 모두 이물질 적발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소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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