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폼 미친 '베테랑2', 류승완 감독이 밝힌 시퀀스 디테일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4. 9. 16.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류승완 감독 / 사진=CJ ENM

9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이틀차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추석 극장가 돌풍을 예고한 것이다. 

칸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된 '베테랑2'는 칸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해외 외신들의 호평 세례를 받았다. '베테랑2'는 류승완 감독 작품 세계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모가디슈'(2021), '밀수'(2023)를 함께한 스태프들이 대거 합류해 한층 깊어진 작품 세계의 깊이를 더했다. 특히 1편의 힘이 경쾌함이었다면 2편은 박진감으로 작품을 힘 있게 끌고 간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프레임 속 인물들의 극단적인 배치,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연출은 기존 류승완 감독의 작품들에서 또 다른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스토리 역시 1편의 사이다 전개를 답습하지 않았다. 이는 시즌제로 거듭난 '베테랑'이라는 브랜드에 확장성을 넓히고자 한 류승완 감독의 치열한 고민이었다.  

"2편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변화해야 한다', '자기 복제하지 말자'였어요.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에 9년 만에 나왔기 때문에 진화된 선택이 아니면 오히려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머를 덜어내더라도 범죄 인식에 대한 본질에 다가서려고 했죠. 1편이 일종의 사이다 장르로 불리기 시작한 시발점이 됐는데 이 사이다를 마시고도 체증이 풀리지 않은 관객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 상황에서 또 사이다를 마시면 오히려 속을 버리는 거잖아요. 손을 따고 약을 먹어야 해결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려고 했어요. 이 작품으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순 없어도 좋은 질문은 던져야 되지 않을까 싶었죠."

류승완 감독 / 사진=CJ ENM

류승완 감독 특유의 탁월한 액션 시퀀스는 '베테랑2'에서 강도와 몰입감이 한층 깊어졌다. 류 감독은 리얼한 연출을 위해 서울과 인근 곳곳의 도심과 주거지를 배경으로 주요 프로덕션을 설정했다. 도심 속 실내 도박장, 마약 중독자들이 기거하는 도시 뒷골목 등 현실감 있으면서도 영화적으로 연출된 배경으로 류 감독 특유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냈다.

"영화는 현실을 모사하는 데서 비롯되는 거잖아요. 액션도 진짜처럼 보여야 하지만 진짜 폭력을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어려움이 있었죠. 뉴스를 보면 사건사고도 많고 그 장면이 CCTV 영상 등으로 확산되면서 진짜를 접하고 있어요. 관객들은 그런 실제 액션을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극장에서 보고 싶은 건 잘 짜인 안무로 이뤄진 진짜 같지만 진짜가 아닌 액션이죠. 마술이 가짜인 걸 알고 봐도 재밌는 것처럼 '베테랑2' 액션도 실제는 아니지만 긴박감과 타격감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초적인 목표였어요. 공간과 환경을 계속 변화시키면서 거기에 따라 서스펜스를 다채롭게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뒀어요."

남산 계단 신, 도박장 신. 옥상 수중 신 등 액션 디테일에서 감탄이 나올 만큼 타격감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많은 '베테랑2'. 보는 사람이 아플 만큼 '베테랑2'의 액션신들은 역동적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 같은 장면들을 완성하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액션신을 만들어갔다. 배우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몸 사리지 않는 리얼한 액션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해요. 안전하다고 믿어야 배우들이 설치고 더 좋은 액션이 나오거든요. 남산 계단, 옥상 수중, 터널 등 각 장면마다 콘셉트가 또렷해서 취향에 따라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오프닝의 주부 도박단 난간 계단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걱정이 많았어요. 촬영 전에 제작진들이 건물 안전진단 팀과 무게 체크를 하고 안전 그물망도 설치하고 그랬죠." 

류승완 감독 / 사진=CJ ENM

1편은 당시 한국 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갑질을 소재로, 서도철과 그의 팀이 갑질하는 재벌 3세에게 통쾌한 철퇴를 가하는 속 시원한 활약을 보여줘 카타르시스를 안긴 바 있다. '베테랑2'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팀의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이번 편에선 단순한 선과 악의 구조가 아닌 정의와 신념에서 점철된 갈등 구조로 전편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1편에서 나왔던 대사나 장면들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인용된 걸 보고 마음이 좀 불편했어요. 이 영화의 출발이 책임감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는데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니까 마음이 무거웠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건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진짜 가해자로 밝혀진 대상에 대해서 분노하는 온도가 식은 거예요. 처음에 잘못 비난했던 것에 대해선 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그러기에 왜 구실을 줘'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더라고요. 스스로가 되게 추잡스러웠어요.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 각자가 지닌 사회적 통념이 작용하는 건데 정의라 믿고 있던 나의 분노가 과연 옳았던 걸까 생각하게 됐어요. 1편의 부채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2편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메시지가 분명했기에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의 주제 의식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빌런인 박선우의 사연을 덜어냈다. 빌런에게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범죄를 옹호하게 되는 여지를 최대한 차단하려고 한 것이다. 

"위험한 선택이긴 했는데 소위 빌런이라고 하는 해치(박선우)의 사연을 거세하는 거였어요. 서도철이 악을 대할 때 모두가 알 수 있는 선명한 악당을 욕하고 때려잡으면 시원함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해치의 실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대신에 그가 벌이는 현상들은 또렷하게 완성했어요. 영화에서 서도철이 박선우에게 '너 왜 이러는 거야'라고 말할 때 '질문이 잘못됐다'라고 하잖아요. 이 영화가 질문의 영화이기를 바랐어요. 사회 발전에 좋은 답도 필요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사유할 수 있게끔요. 기술 발전 시대에 진화론과 창조론은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죠. 그런데 두 개에 대한 질문이 근본적으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봐요. 대중영화지만 좋은 질문은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류승완 감독 / 사진=CJ ENM

'베테랑2'의 두 주인공 황정민과 정해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은 "'다이하드'는 브루스 윌리스가 나와야 '다이하드'다. '비버리 힐스 캅'도 에디 머피가 나와야 '비버리 힐스 캅'이 되는 거다. 대중 장르에서 스타 캐스팅으로 이뤄진 장르 시리즈는 결국 배우와 해당 시리즈가 동격이다. '베테랑'은 황정민의 '베테랑'이다"라고 말했다.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평상시 올바른 태도에서 또렷하게 느껴지는 해맑은 눈빛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너무 깨끗하면 좀 섬뜩할 때가 있더라고요. 순수한 이면에 있는 잔혹성이 있잖아요. 자기가 하는 일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는 상태에서 벌레를 죽이는 아이들의 모습처럼요. 그런 순수함을 풍기는 정해인의 눈빛과 미소가 오히려 인물의 내면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작용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해인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얼굴이에요. 해치라는 인물을 만들 때 정해인이라는 배우 고유의 분위기가 엄청 큰 작용을 했어요."

'베테랑2'는 일명 도파민 중독을 부르는 각종 영상 쇼츠,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이 어쩌면 실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베테랑2'의 중요한 이야깃거리다. 그리고 그 의심에서 파생된 정의와 신념에 대한 사유가 '베테랑2'의 여운을 남기는 미덕이다. 류승완의 감독으로서의 정의와 신념은 무엇일까.

"정성을 들여서 영화를 만들고 게을러지지 않는 거요. 제 스스로가 그런 부분에 대해 정직하다면 관객들도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신념과 정의가 이어지게 되는데 사실 너무 거대한 개념이라 중요한 질문이에요.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더 그래요. 작품을 통해 제가 정의를 이루려는 가치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지 않는다'라는 거요.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