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RAV4 E-Four가 진흙탕에 빠진다면?


도박을 한 번 해봤다. 사륜구동 SUV로 진흙탕에 뛰어들기. 랜드로버 디펜더나 지프 랭글러가 주인공은 아니다. 도심형 하이브리드 SUV, 토요타 RAV4가 오늘의 파트너다. 과연 ‘트레일 모드’ 갖춘 토요타 RAV4는 험로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할 수 있을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사륜구동 SUV 사서 오프로드 주행 한 번 해보고 싶은 분들, 많이 계실 듯하다. 비싸게 주고 선택한 사륜구동 옵션이 ‘제값’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나 장소 찾기가 마땅치 않다. 지방으로 가지 않는 이상, 수도권 인근에서 ‘놀이터’ 찾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임도는 마음 편히(?) 갈 만하다. 땅 주인도 없고, 신축 아파트 들어설 계획도 없다.

코스의 위치는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에 자리한 ‘어유지리’. 임진강 옆에 자리한 노지로, 차박이나 캠핑을 하러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촬영 당일 파주에 폭우주의보가 내렸다. 그냥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모험을 택했다. ‘뻘밭’으로 변했을 어유지리에서 토요타 RAV4의 전기식 사륜구동, E-Four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여기까지 읽고 코웃음 칠 독자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 나도 그랬다. 아시다시피 RAV4는 도심형 SUV 장르를 개척한 주역이자, 세계 최초의 모노코크 보디 SUV다. 미국에선 승용 판매 1위로 통하는데, 픽업트럭을 제외한 승용차 중 1년에 40만 대씩 팔리는 차는 RAV4가 유일하다. ‘도심형 SUV’의 대명사로 험로 갈 생각 할 운전자는 아마 없겠지.


남들과 조금 다른 토요타 AWD



그런데 RAV4가 품은 E-Four는 이상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느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과 비교해 구조적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앞바퀴 굴림 기반 사륜구동과 비교해,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나눌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케이스가 없다. 대신 뒤 차축에 전용 전기 모터를 달았다. 필요에 따라 순간적인 전기 신호를 보내 뒷바퀴를 굴린다.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은 크게 3가지. 우선 무거운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어 무게 증가가 크지 않다. 2열 가운데 바닥도 비교적 평평히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전기 신호로 움직이기 때문에 반응속도도 한결 빠르다. 토요타에 따르면, E-Four는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100:0에서 20:80까지 나눌 수 있다. 의외로, 후륜구동 기반 AWD처럼 뒷바퀴에 많은 힘을 보낸다.

RAV4에 들어간 새로운 E-Four는 과거와 비교해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뿜는다.


또한, 오토 LSD(차동제한장치)도 있다. 일반적인 디퍼렌셜 기어는 한쪽 바퀴가 미끄러질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디퍼렌셜 기어가 헛도는 바퀴로 동력을 보낸다. 반면, 차동제한장치가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디퍼렌셜 기어를 잠가 좌우 바퀴 회전수를 똑같이 만든다. 그래서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도, 지면에 붙은 반대쪽 바퀴로 험로를 돌파할 수 있다.


연식 변경하며 손본 디자인



오늘의 시승차는 최근 연식변경 치른 2022년형 RAV4 하이브리드. 휴식기 끝내고 컴백한 연예인처럼, 어딘가 전보다 예쁘다. 이유는 헤드램프. 바이-LED를 심으면서 야간 시인성도 개선했다. 램프 가장자리를 감쌌던 주간주행등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그란 안개등 주변을 감싸는 각진 디테일도 포인트. 네 발에 신긴 18인치 알루미늄 휠도 ‘신상’이다.



RAV4 하이브리드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00×1,855×1,685㎜. 연식변경 모델인 만큼 체격을 키우진 않았다. 비슷한 체격의 경쟁 SUV와 비교하면 어떨까? 티구안보다 90㎜ 길고 15㎜ 넓다. 푸조 3008보단 각각 150㎜, 15㎜씩 크다. 혼다 CR-V와 비교하면 30㎜ 짧고 너비는 같다. 전체적으로 3~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딱’ 적당한 체격을 앞세운다.


실용적인 공간 설계



RAV4가 미국에서 판매 1위하는 이유는 실용적인 공간 설계에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느낌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평평히 다듬은 대시보드와 교과서처럼 가지런히 배열한 센터페시아 등이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버튼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특히 베이지와 블랙 컬러 조합 덕분에, 소재가 같은 블랙 단일 인테리어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젊어 보인다.





2022년형으로 거듭나며 동승석 파워시트를 추가했다. (AWD)

모니터 크기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갖출 건 대부분 갖췄다. 운전석과 동승석에 3단계 통풍 기능을 심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와 USB-C포트 2개 & A포트 1개 등 앞좌석에만 3개의 충전포트를 넣었다. 또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 역시 챙겼다. 이외에 동승석 파워시트를 추가했고(AWD), 계기판은 한글 멀티 인포메이션(MID)을 넣어 편의성을 높였다.



2열에도 USB-C포트 2개를 마련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수납공간. 큰 차는 아닌데, 곳곳에 꽤 쓰임새 좋은 수납공간이 있다. 가령, 동반석 대시보드 아래엔 길쭉한 트레이를 마련했다. 기어레버 앞 공간도 넉넉하고, 도어 포켓 크기도 충분한 편이다. 뒷좌석은 건장한 남자 성인 2명이 앉기에 부족함 없다. 무엇보다 머리 공간이 쾌적하며, 연식변경을 통해 리어 시트 리마인더 기능도 더했다. 뒷좌석에 짐을 두고 내렸을 때 알림을 울리는 기능이다. 이외에 트렁크 용량은 580L이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690L로 늘어난다.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도 양껏 갖췄다. 긴급제동 보조,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추적 어시스트를 통해 소위 ‘준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또한, 오토매틱 하이빔과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알고 보면 갖출 건 거의 다 갖췄다. 참고로 최근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측면 충돌테스트를 대폭 강화하면서, 일부 SUV가 낙제점을 받았다. 반면, RAV4는 1~2열 승객의 머리/목, 흉부 부상 정도가 모두 ‘Good’(최고등급)이다.

IIHS 홈페이지 들어간 김에, 주요 SUV들의 지붕강도 테스트 결과를 열어봤다. IIHS는 각 차종의 지붕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힘을 측정한다. 일반적인 중형 세단이 16,000~18,000lbs(약 7,000~8,000㎏) 수준이다. 반면, RAV4는 21,009lbs로 9,530㎏에 달한다. 참고로 현대 투싼이 17,527lbs(약 7,950㎏), 기아 쏘렌토가 19,106lbs(약 8,666㎏), 폭스바겐 티구안이 18,687lbs(약 8,476㎏), 혼다 CR-V가 18,094lbs(약 8,207㎏)로 모두 Good 등급이긴 하지만 RAV4보단 약하다. 랜드크루저나 툰드라 같은 ‘통뼈 차’를 오랜 시간 만들어온 노하우일까?


의외로 뒷바퀴에 많은 힘을 보내는 E-Four


심호흡 한 번 하고, 준비된 선수 입장. 주행모드는 ‘트레일’로 바꾸고, 계기판엔 사륜구동 시스템의 동력분배 그래프를 띄웠다. 혹시 모를 ‘빠짐사고’를 대비해, 뒤쪽에 코란도를 대기시켰다. RAV4의 타이어는 던롭 사의 승용 제품으로, 진흙길에서 구동력 챙기는 용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이즈는 225/60 R18. 원활한 LSD 작동을 위해 주행 보조장치는 해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시승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의외’는 생각보다 뒷바퀴에 많은 힘을 보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앞바퀴 굴림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은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리다가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힘을 약 50%까지 나눈다. 게다가 반응속도 역시 느리다. 앞 타이어가 미끄리지기 시작하면, 그 때 시스템이 판단해 뒷바퀴를 굴린다.

그러나 RAV4의 E-Four는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바퀴보다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뿜는다. 기계장치로 동력 나누는 여느 AWD와 달리, 반응속도도 훨씬 빠르다. 2.5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178마력. 전기 모터의 최고출력은 120마력으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모터 출력(44.2㎾, 약 59마력)보다 한층 강력하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222마력이다.

RAV4 E-Four에 들어간 전기 모터는 총 3개. 회전수가 무르익을수록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과 달리, 전기 모터는 즉각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그래서 가파른 언덕이나 흙탕물을 넘어갈 때, 엔진의 ‘비명’없이 모터의 두둑한 토크로 주파할 수 있었다. 한 쪽 바퀴가 허공에 떴을 땐 LSD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빗길이나 눈길에서 안정감 챙기는 용도로 얕잡아 본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차가 크게 비틀리는 상황에서도 ‘찌그덕’ 대는 잡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RAV4가 품은 토요타 TNGA K 플랫폼은 이전 세대보다 125㎏ 가벼우면서, 차체 비틀림 강성은 57% 더 강력하다. 덕분에 모노코크 골격이지만, 험로에서 기대 이상 든든했다. 참고로 RAV4의 최저지상고는 218㎜. 폭스바겐 티구안이 200㎜, 푸조 3008이 198㎜, 혼다 CR-V가 208㎜다.

늘 ‘무난’ ‘보통’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RAV4가 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차명 RAV4는 ‘사륜구동 여가활동 자동차(Recreational Activity Vehicle with 4wheel drive)’의 이니셜. 오늘 느낀 이 차의 능력이 이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물론 의외의 험로주행 성능을 지녔다고 해서, 랜드로버를 넘볼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도심형 SUV가 진흙길에서 이 정도의 주파력을 갖췄다면, 일반적인 미끄러운 노면에서 확실한 ‘값어치’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꼭 눈길 주행용이 아닌 E-Four


‘요즘엔 제설작업을 잘 해서, 겨울에도 사륜구동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E-Four는 꼭 눈길에서 접지력 챙기는 용도는 아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가 핵심이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달리면서 구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E-Four에서만 만날 수 있는 뒤 차축의 세 번째 전기 모터 역시 감속 또는 제동할 때 발전기로 변한다. 역방향으로 전기 모터를 돌려 제동 에너지를 차곡차곡 모아 배터리를 충전한다(회생제동). 덕분에 투 모터 하이브리드보다 회복 시간이 빠르며, EV 모드 주행시간도 늘릴 수 있다. ‘사륜구동 = 연비하락’이란 공식은 RAV4에 통하지 않는다.

즉, E-Four의 구조적 장점은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①여느 사륜구동 시스템과 비교해 무게 증가가 크지 않다. ②회생제동을 통해 거둬들이는 에너지양이 상당하다. ③뒷좌석 바닥 공간이 쾌적하다.

물론 RAV4가 장점만 가득한 SUV는 아니다. 특히 렉서스 NX와 비교해 가장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방음 성능이다. 고속주행을 할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이 실내로 제법 들어온다. 렉서스만큼 방음설계에 많은 비용이 쏟지 못 한 한계가 명백하다. 또한,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를 더하긴 했지만, 화면 크기를 좀 더 키우면 좋겠다.


총평


오늘 RAV4와 함께 수도권 임도탐험을 하며, E-Four의 예상 밖 험로주파 실력에 감탄했다. 작은 전기 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보조’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극적인 토크분배와 즉각적인 LSD 개입, 강력한 모터 토크로 ‘뻘밭’을 제압했다. 일반적인 도심 환경에선 여느 SUV보다 높은 효율로 고유가 시대 부담을 덜었다. 4천만 원대 합리적인 SUV를 원한다면, 오래 타도 질리지 않을 믿음직한 SUV를 바란다면, RAV4는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E-Four>

장점
1. 믿음직한 사륜구동 성능
2. 여느 AWD 모델과 비교해 연비 하락이 크지 않다.

단점
1. 조금 부족한 방음 성능
2. 모니터, 이젠 큰 거 쓸 때도 됐잖아?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