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초토화 ‘대왕고래’ 재앙…변죽 울린 사람 탓일까, 믿은 사람 탓일까

시작부터 논란 된 尹정부표 대왕고래…사업 전면 중단 가능성에 정부 믿은 투자자들 패닉
[사진=연합뉴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무산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관련주가 대거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프로젝트 성공을 기대하고 투자를 단행한 이들은 하루 아침에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투자 결정의 배경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대왕고래 관련주 테마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해당 종목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만약 대왕고래 프로젝트까지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여당을 향한 국민적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유국의 꿈은 희망고문이었나” 프로젝트 실패 전망에 관련주 줄폭락, 커지는 곡소리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주는 장 초반 일제히 동반 급락하고 있다. ‘대왕고래 대장주’로 불리는 한국가스공사(-12.13%)를 비롯해 ▲한국ANKOR유전(-16.49%) ▲한국석유(-13.40%) ▲화성밸브(-14.38%) ▲한선엔지니어링(-12.07%) ▲동양철관(-10.93%) ▲훙구석유(-9.62%) 등 대왕고래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 대부분 10% 넘게 하락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로 향후 사업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6일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면서 당초 정부 정책에 기대감을 품고 선뜻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한 소액주주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직접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염두해 수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런 결말을 보게 될 줄 몰랐다”며 “나라가 주도하는 합법적 주가 조작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왕고래 관련주들이 모두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된 만큼 이번 프로젝트가 최종적인 실패로 종결된다면 대규모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산업부가 발표한 내용을 볼 때 대왕고래 테마의 지속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테마주로 부각돼 올랐던 주가 상승분만큼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등장한 후 정치권과 관련업계 등에서 사업 성공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야당에선 관련 예산까지 삭감하는 등 일찌감치 프로젝트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며 “반대 측에서도 어느 정도의 근거는 가지고 있었을텐데 반대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었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귀띔했다.

▲ 지난해 6월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국정브리핑 장면.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하며 밝힌 이후부터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2023년 2월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유망 구조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의 경우 글로벌 자원개발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라는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액트지오의 미국 본사 주소지가 미국 택사스주의 한 가정집인 사실과 동시에 현지에서 세금까지 체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액트지오 기업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이 외에도 호주 석유개발업체 우드사이드사가 이미 대왕고래 사업을 검토하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는 내용도 공개되면서 경제성과 신뢰성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최종 실패로 결론짓게 되면 앞으로 등장할 정부 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격동의 시기에 휩싸인 가운데 현 정부의 산업 분야 핵심 국정 과제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마저 물거품이 된다면 여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왕고래 테마주의 경우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식시장에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기 때문에 사업 전면 중단 시 이로 인한 투자적 손실은 모두 소액주주들이 안아야한다”며 “대왕고래의 실패 우려는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여당의 국민적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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