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지난 25일, WWF(세계자연기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녁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잠시라도 어둠에 잠김으로써 지구와 자연에 쉬는 시간을 선사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미국의 UN본부, 브라질의 예수상,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호주의 하버브리지,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등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의 조명은 1시간 동안 꺼졌습니다. 한국에서도 곳곳이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서울의 한강대교와 낙산공원, 경주의 경주타워 등도 잠시 자연스러운 어둠과 함께 했습니다.

앞선 연재에서 WG별 6차 평가보고서에 대해 상세히 다뤘던 만큼, 이번엔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구의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 올랐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수해야 한다고 외친 '1.5℃ 목표'에 벌써 상당히 가까워진 겁니다. 이처럼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한반도의 대표적인 봄꽃도 개화가 당겨지고 있습니다. 서울 기준, 올해 벚꽃은 3월 25일에 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24일 개화 이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이른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195개국 과학자들일 머리를 맞대고 살펴본, 이후 만장일치로 동의한 내용은 '오롯이 인간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기온은 약 1.5℃ 높아졌고,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약 0.4℃ 낮아졌다는 것이 IPCC 저자들과 각국 정부 관계자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공식적인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남의 일'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장, 지금까지 진행된 온난화만으로도 가뭄은 늘고, 산불에 취약해졌으며, 홍수가 늘어났고, 바다는 점차 산성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IPCC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지구는 어떻게 될꺼요, SSP(공통사회경제경로) 시나리오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IPCC는, 우리가 그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결국 1.5℃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설 거라 내다봤습니다. 당초 SSP 시나리오는 RCP(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처럼 4가지의 시나리오가 공개됐었는데, 이번엔 경로가 5개로 이전 대비 1개 늘었습니다. 1.5℃ 목표 달성 자체가 기존 시나리오로는 불가능해졌기에, 이를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인간이 겪게 될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장 1.09℃ 오른 지금의 상황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보면 심각합니다. 이미 '50년에 한 번 겪을' 극한 고온은 산업화 이전의 4.8배가 됐습니다. 가뭄은 1.7배, 폭우는 1.3배 잦아졌죠.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1.5℃가 오르면, 극한 고온은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가 됩니다. 그리고 2℃가 오르면, 극한 고온은 13.9배, 폭우는 1.7배, 가뭄은 2.4배가 될 전망입니다.



또, 지구 평균기온이 1.5~2.5℃ 오르면, 해양 동물의 생물량(Ocean Animal Biomass)은 1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획량 또한 덩달아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195개국의 과학자들은 소와 닭, 돼지 등 가축들은 심각한 기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IPCC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즉각적인 감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10년이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겁니다. 각각의 SSP 시나리오 5개가 나타낸 미래 모습을 보면, 특히나 그 시급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기존 4개의 감축경로(SSP5-8.5, SSP3-7.0, SSP2-4.5, SSP1-2.6) 가운데 1.5℃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2021년 WG I의 보고서에서 위의 그래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보고서 저자인 말트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는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2030년까지 기다릴 만큼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량의 그래프를 '우상향'에서 '우하향'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은, 1.5℃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마인스하우젠 교수는 그 이유로 '누적 배출량의 문제'를 꼽았습니다. 지구를 달구는 온실가스는 한번 뿜어져 나오면 매우 오랜 시간 대기 중에 머물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만 하더라도 200년은 족히 존재하죠. 우리가 당장 오늘부터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인다 한들, 어제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200년 후까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셈입니다.

더 일찍 감축에 나설수록,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더 연착륙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안팎 사이입니다. 2030~2035년 사이, 일단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으로 줄이는 것부터 달성하고, 이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겁니다.”
말트 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이산화탄소와 온난화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뿜어져나온 이산화탄소 1,000t마다 지구의 기온이 0.45℃씩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1.5℃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을 구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남아있는 탄소 예산은 500Gt 가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8%, 2035년까지 65%, 2040년까지 80% 줄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나름의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기업과 기관들도 '넷 제로 목표 수립'을 홍보하는 요즘이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요원해 보입니다. 이번 종합보고서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내놓은 감축 정책들을 반영했을 때의 결과 예측 값도 함께 담겼습니다. 정부와 기업 기관의 정책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나온 정책대로라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2100년 3.2℃까지 오를 전망입니다. SSP2-4.5 시나리오보다도 못 한 수준이죠. 1.5℃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연간 19~26Gt의 탄소 감축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 IPCC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AR6 종합보고서 발간 직후,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내놨습니다. 단순 목표만 제시하지 않고, 2030년까지의 감축 과정 또한 세부적으로 발표했죠.

앞서 마인스하우젠 교수가 설명한 누적 배출량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에도, 여기엔 커다란 문제점이 있습니다. 얼핏 2030년이라는 시점에서만 봤을 때엔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선 10년 가까운 기간, 배출량은 계속해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선형적으로 감축했을 때에 비해 앞으로 10년의 시간 동안 뿜어낸 온실가스의 양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1톤, 1톤의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Every ton of CO2 adds to global warming)”고 강조하곤 합니다.
이러한 미래 배출량 추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그래프 모습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감축의 부담을 미래로 미뤘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런데, 비단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는데요, 과연 우리의 전략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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