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50억원 FA. 작년 94경기 타율 0.231 커리어 로우. 1억 1000만원짜리 하주석이 오히려 더 잘했습니다. 마음속에 부채만 남은 1년이었습니다. 그런 심우준(31)이 개막전에서 터졌습니다.
8회말 4-7, 패색이 짙던 순간 동점 3점 홈런.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지는 타구를 확인한 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가 포효했습니다.

심우준은 홈런을 치고 나서 노시환과 강백호에게 말했습니다. "끝내기 치게 만들어 놨으니까 너네 둘이 쳐라." 9회말에 시환이 타석이 와서 그렇게 얘기했더니 진짜 끝냈습니다. 노시환 동점타, 강백호 역전 결승타. 한화 10-9 연장 11회 승리. 둘 다 마지막 타석 전까지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강백호는 5타석 무안타. 심우준은 KT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라커룸에 들어가면 백호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초반에 안 풀리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오늘 끝내기 한 방으로 백호가 비로소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내 기분이 더 좋다."

한화는 8회초 추가 2실점하며 4-7로 뒤졌습니다. 1만 7000명 홈 팬의 탄식이 쏟아지던 순간이었습니다. 8회말 2사 1·2루. 심우준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키움 배동현의 145km 직구. 통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습니다.

문제는 방향이었습니다. 파울이냐 홈런이냐. "치자마자 넘어갈 줄 알았다. 처음엔 파울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쯤에 안으로 들어가겠다 싶어서 떠가는 걸 보다가 환호를 했다."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졌습니다. 동점 3점 홈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심우준은 수비력은 리그 정상급이지만 타격에서는 좀처럼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94경기 타율 0.231. 50억원 계약에 걸맞은 성적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뭐가 달라졌을까요. "딱히 크게 바뀐 건 없다. 작년하고 타격 폼이 크게 바뀐 건 없다." 그런데 시범경기부터 장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개막전에서도 2안타 3타점 3득점. "작년엔 삼진 안 먹으려고 바깥쪽 공이나 코스가 좋지 않은 공에도 배트가 나갔다. 올해는 2스트라이크 전에 나만의 존을 설정해 놓고 강하게 스윙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타구 질이 좋아지고 장타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삼진을 피하려다 오히려 타격이 무너졌던 겁니다. 이제는 자기 존에서 강하게 돌립니다.

경기 후 심우준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오늘 솔직히 많이 힘든 경기였다. 졌으면 당분간은 조금 팀 분위기가 떨어졌을 것 같다고 수비를 하면서 느꼈다.
다행히 이겨서 '올해도 잘 풀리겠구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았다. '개막했구나' 싶었다. 1호 홈런을 쳐서 너무 기분이 좋다."

지난해 한화를 1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끈 건 코디 폰세(토론토)와 라이언 와이스(휴스턴)였습니다. 둘 다 메이저리그로 떠났습니다. 올 시즌 그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범경기와 개막전을 거치며 지난해보다 더 좋아진 면모들이 하나둘 발견되고 있습니다. 50억 FA 심우준의 반등도 그중 하나입니다. 작년 커리어 로우를 찍은 선수가 개막전부터 동점 홈런을 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