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미세 플라스틱, 뇌에 더 많이 쌓인다?

- 2016년~2024년 사이에 미세 플라스틱 축적량 50% 증가
- 원천적으로 피할 수는 없지만, 노출을 줄일 수는 있어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우리 일상 곳곳에는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텀블러나 생수병, 배달음식이 담겨서 오는 일회용기, 휴대폰 케이스, 옷 등등. 물건마다 붙어있는 재활용 표기를 보면, 플라스틱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은 ‘덩어리’다. 일부러 잘라내거나 갉아내지 않는 한, 이것들은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깨닫게 되는 이도 있다.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작은, 그러니까 눈으로는 식별되지 않는 크기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공기 중에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는 잘 분해되지 않기에, 보통 인위적인 과정을 거쳐 분해된다. 이때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은 그 입자 크기로 인해 필터링이 쉽지 않으며, 공기 중이나 물 속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으로부터도 발생할 수 있다. 세탁을 통해 옷의 합성 섬유 일부가 분해되거나, 음식을 담은 용기가 마모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공기나 물을 통해 퍼져나간 미세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어떤 이끌림이 있어 한데 모여 흡착된다면 참 좋겠지만, 그건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호흡을 통해, 혹은 음식을 통해 인간이나 동물들의 체내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뇌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뉴멕시코주의 도시인 앨버커키에서 부검을 통해 51개의 샘플을 확보했다. 각각 뇌와 간, 신장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뇌 샘플에서는 간과 신장에 비해 최대 30배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에 존재한다. 즉, 소화 과정, 호흡 과정을 통해 몸속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역시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으므로,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물질은 무엇이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맞다.

다만, 뇌 조직에는 혈뇌장벽이 존재한다. 혈류를 통해 들어온 물질 중 유해한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혈뇌장벽이 있음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뇌 조직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혈뇌장벽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의 입자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일 수 있고, 체내 염증 반응으로 혈뇌장벽의 기능이 약해졌을 때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뇌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운반체 삼아 통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체내 미세 플라스틱,
최근 대폭 증가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적으로 체내 여러 영역에 대해 미세 플라스틱 검출 작업을 진행했다. 심장이나 혈관은 물론, 관절이나 생식기, 심지어 대변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인간의 대사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연구에서 검출되지 않은 곳이라도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뇌에서 월등히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결과에 대해 몇 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미세 플라스틱이 호흡이나 식사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갔다면, 뇌에서 더 많은 양이 발견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우선 우리 몸의 전체 혈류량 중 뇌로 가는 양은 다른 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또한, 간이나 신장은 그 기능상 해로운 물질의 입자를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세포 재생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흡입된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또한, 뇌 샘플 분석을 통해 발견된 플라스틱의 양이 2016년부터 2024년 사이에 약 50%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몇 년 사이에 환경에 더 많은 플라스틱이 방출(오염)됐다는 점, 그만큼 인간이 많이 노출됐다는 의미다.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폴리에틸렌’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주로 포장재, 병뚜껑, 비닐봉지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종류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많아질 수밖에

플라스틱은 본래 화학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따라서 미세 플라스틱 역시 그러한 화학물질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개중에는 인체에 별 영향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독소로 봐야 한다. 쓰레기로 수거돼 처리되는 과정에서는 세균이나 박테리아의 운반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향후 미세 플라스틱이 몸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식이요법이나 장내 환경 개선 등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의 흡수를 막거나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연구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한 문명의 이기 곳곳에 존재하는 것들이니까. 미세 플라스틱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일상적인 영역까지도 침투해 있다는 것에 우려될 뿐이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면 도움이 된다지만, 집안에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당장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라면, 조금이나마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 정도겠다.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이나 음료를 제한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 말이다.

한편, 미세 플라스틱이 구체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