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히트 상품이 만든 신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단순한 라면을 넘어 전 세계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선 상징적 브랜드다. 불닭은 그 강렬한 매운맛으로 미국, 동남아, 유럽, 중동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글로벌 MZ세대에게 ‘도전 정신’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매운맛 챌린지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불닭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전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그 결과 삼양식품의 해외 수출 비중은 70%를 넘어섰고, 주가는 불닭 브랜드 성장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K-콘텐츠 식품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드러난 양면성
해외에서 불닭 신화가 쓰이는 동안 정작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불닭볶음면 이외의 제품들이 내세운 마늘, 조개, 혹은 특이한 매운맛 시리즈는 출시 초반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장기적 히트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는 과거처럼 반복적으로 제품을 소비하기보다는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식품 소비 패턴이 흔들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매출이 지나치게 불닭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 위험 요인으로 꼽히며,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정체는 결국 회사 전반에 구조적 리스크를 드리우고 있다.

신사업 도전이 남긴 과제
삼양식품은 단순히 라면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콘텐츠·커머스·유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설립된 ‘삼양애니’는 식품과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내부 거래에 의존하는 구조는 기업 확장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 안에서는 “진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불닭 팀으로 가야 한다”는 농담까지 돌 정도로, 불닭브랜드를 제외한 신사업 분야의 존재감이 미약하다.

불닭 의존도와 그 한계
불닭브랜드는 분명 글로벌 성공 사례지만, 특정 브랜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 위험 요소라는 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식품산업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 제품의 성공에 장기간 안주하면 시장 점유율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미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경쟁사의 새로운 매운맛 라면이 등장하며 불닭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 브랜드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제품군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기업의 체질은 점점 취약해질 수 있다.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 필요성
전문가들은 삼양식품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닭 일변도의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닭을 중심으로 안정적 매출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 파워를 일으킬 후속 제품 개발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유통망 확대,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 콘텐츠와 디지털 커머스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한국에서의 정체된 매출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해외 성장세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 길을 열자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히트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한국 식품산업 역사에 남을 성취다. 하지만 이 성취가 지속되려면 단일 브랜드에 안주하지 않고, 신제품과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이 확인시켜 준 가능성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해외에서 불닭이 만들어낸 성공 신화를 새로운 영역에서도 이어간다면, 진정한 K-푸드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금의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전환하며 세계 식품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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