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혼자 된 얼룩말 ‘세로’...“새 친구 기다리며 씩씩하게 잘 지내죠”
폐사 직후 친구 찾는듯 했으나 건강 이상 無
동물원 탈출 소동으로 유명해진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의 여자친구인 암컷 얼룩말 ‘코코’가 지난 달 폐사한 가운데 세로는 건강에 이상 징후 없이 잘 지내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코코가 폐사한 직후엔 곁에 있던 코코를 찾는 듯한 동작을 보이더니, 이제 건강에 이상 징후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얼룩말 코코가 폐사한 것은 지난 10월 16일, ‘산통에 의한 소결장 폐색 및 괴사’ 때문이었다. 위장관 운동의 이상으로 배에 경련이 오는 등의 증상인데, 말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로 알려졌다. 같이 무리 생활을 하던 코코가 폐사한 다음날 세로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6일 새벽 세로는 방사장을 계속 돌아다녔고, 울음소리를 내는 등 동작을 보였다고 한다.
이튿날엔 그런 행동이 줄어들더니 그 이후론 건강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한다. 야생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때 배설물 상태 및 식사량, 수면 패턴 등을 바탕으로 판단하는데, 세로는 코코가 폐사하기 전과 같은 건상 상태를 회복했다. 조경욱 동물복지팀장은 “사육사 친화 훈련 등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특별히 좋아하는 먹이인 당근도 잘 먹고 있다”고 했다.
동물원 탈출 후 세로가 ‘슈퍼 스타’가 되면서 생긴 고충도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나무 데크를 부수고 동물원을 탈출해 아차산역 인근 도로와 구의동 주택가를 활보한 ‘화제의 얼룩말’을 보겠다고 관람객들이 많이 몰려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과 달리 세로는 자신의 이름이 ‘세로’라는 사실을 인지한다고도 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쟤가 세로다!’하면서 신기해하는 소리 등을 많이 외치다 보니, 세로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반응을 한다”고 했다.
한편 동물원 탈출 소동을 계기로 세로가 부모의 죽음 이후 방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19년 6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세로는 2021년 엄마 ‘루루’를 잃고 이듬해 1월 아빠 ‘가로’도 떠나보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가 급기야 탈출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로는 2024년 상반기 중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맞이할 예정이다. 충북 청주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는 암컷 얼룩말 ‘하니’가 주인공. 하니 역시 2020년 8월 함께 살던 얼룩말이 노령으로 폐사한 뒤 담장을 탈출하는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어린이대공원은 청주동물원과 조율을 거쳐 하니와 합사 시점을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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