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세 자매의 테크노 동맹

|Writer. 오드

최근 하이브 산하 걸 그룹 캣츠아이, 르세라핌, 아일릿 모두 테크노를 앞세워 컴백했다. 더군다나 보이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테크노 펑크가 가미된 트랙 〈하루에 하루만 더〉를 타이틀로 선보였다. 하이브 내 걸 그룹뿐 아니라 레이블 전반적으로 테크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양새다. 대중음악에 테크노라는 장르가 분명 다시 찾아온 흐름임을 부정할 순 없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파티, 클럽 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클럽 하면 빠질 수 없는 DJ의 테크노 음악이 메인스트림 팝으로 역수입되고 있다. 테크노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애니마의 공연이 높은 수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 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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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유럽, 미국 등지에서 폭넓게 테크노가 들려온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다소 늦게 문을 두드렸다. 작년 블랙핑크의 〈뛰어〉를 필두로, 아이브 정규 2집 타이틀 〈BANG BANG〉, 블랙핑크 미니 3집 타이틀 〈GO〉 등 몇 곡 정도만 발매되며 케이팝에서는 테크노 장르가 이제야 주목받는 실정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테크노가 옛날 음악이라는 인식과 함께 대중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게 사실이다. 하이브도 이를 의식한 게 분명하다. 글로벌 대세에 탑승하려는 과정에서 걸 그룹 세 팀 모두 동시에 출격시켜 장르적 어색함을 상쇄하려 했다. 각자 따로 콘셉트를 변모하는 것보다 동시다발적으로 콘셉트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대중에게 더 효과적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엿보인다. 다만 포부는 좋으나 이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않다. 레이블의 장르적 특성 혹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장점을 살려 표현해 내거나 계열사 간 촘촘한 협업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 맞춰 내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숏폼 시대에 최적화된 구성과 B급 감성, 장르적 신선함까지 힙한 요소를 한데 끌어모았지만, 정작 작품의 완성도보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조급함만 짙게 남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억지 유행을 선도한다고 거부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이런 현상은 기존에도 이미 몇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국내 하우스 열풍이 비슷한 사례다. 이 흐름은 SM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3년 전부터 해외에서 인기를 몰던 하우스를 수입해 와 각 그룹의 성격에 맞게 딥 하우스와 트로피컬 하우스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음악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비교적 나른하고 뭉근한 샤이니의 〈View〉, 에프엑스의 〈4 walls〉, 루나의 〈Free Somebody〉 같은 딥 하우스 장르와 듣기만 해도 여름이 떠오르는 태연의 〈Why〉, 레드벨벳의 〈Zoo〉 같은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로 나눠 발매한 것이 주효했다. 이후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WINNER의 〈REALLY REALLY〉, 청하의 〈Why Don't You Know〉, IZ*ONE의 〈비올레타〉 등 다양한 하우스 음악에 영향을 주며 하우스 열풍을 선도했다. 하우스는 꾸준히 케이팝 씬에서 명맥을 이어 오다가 올해 다시 한번 키키의 〈404〉, 하츠투하츠의 〈RUDE!〉 등으로 엄청난 인기몰이 중이다. 이를 보면 하우스는 멜로디와 훅 중심으로 여타 장르와 이질감 없이 잘 섞이는 편이지만, 테크노는 매우 빠른 템포와 정신 없는 킥 사운드가 부각되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이런 장르적 약점을 알고도 대차게 뛰어든 세 그룹의 컴백 상황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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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캣츠아이는 이번 컴백이 그룹의 변곡점에서 치러져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룹 내 핵심 멤버 마농의 활동 중단이라 쓰고 탈퇴로 읽는 그룹 이탈 이후 5명이 하는 첫 컴백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래미에 신인상 후보로 선정된 이후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시기라 더 간절했을 터다. 캣츠아이의 결론은 〈PINKY UP〉이었다. 〈뛰어〉 속 동일한 샘플 사용으로 리스너에게 익숙하게 들리도록 했다는 점에서 똑똑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과하고 현란한 퍼커션 사운드가 계속 이어져 어지간히 위험한 행보 같아 보이지만, 캣츠아이에겐 외려 안전한 선택이었다. 이미 〈Gnarly〉, 〈Internet Girl〉 등 하이퍼 팝을 선보여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세 그룹 중 그룹의 기존 색채와 제일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긴 하나 이게 최선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발매 초반에는 국내외 할 거 없이 캣츠아이의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컬이 강조되는 노래가 나올 때도 됐다 등의 아쉬운 평가가 주를 이었다. 다행히 코첼라 라이브를 통해 긍정적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차트에서도 순항 중이다. 빌보드 핫백 차트에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3주 연속 top 50에 들고 있어 장르적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고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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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르세라핌 상황은 좋지 못하다. 〈Spaghetti〉부터 급격히 B급 감성으로 선회하더니 르세라핌 특유 세련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Celebration〉에선 역대급으로 기괴한 콘셉트를 들고나왔다. 잘 풀어냈다면 대중 뇌리에 박히는 신선함으로 작용했겠지만,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게 흠이다. 뮤직비디오와 안무에서 끊임없이 자극적인 이미지를 주입하지만 정작 왜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하다. 좀비라는 소재를 충분한 자본과 연출력을 바탕으로 훨씬 스타일리시하게 구현할 수 있었음에도 어설픈 결과물이 나왔다. 비주얼을 차치하고서 음악적으로도 아쉬웠다. 러닝타임을 짧게 가져가려다 보니 신나려고만 하면 후렴이 끝나 싱겁다. 물론 선공개 트랙인 만큼 이후 타이틀에 치중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규 2집 《PUREFLOW pt.1》의 타이틀 〈BOOMPALA〉 역시 공개된 티저를 보면 〈Celebration〉의 콘셉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잔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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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컴백한 아일릿은 앞선 두 그룹보다 발매 전 걱정이 더 컸다. 모카의 활동 중단과 더불어 〈NOT CUTE ANYMORE〉 이후 본격적으로 마법 소녀 이미지 다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필자뿐 아니라 리스너 대다수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예상외로 높은 완성도와 한 끗 신경 쓴 비주얼라이징으로 점차 긍정적인 반응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일 성공적이었다고 봐야겠다.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한 원희의 춤에 붐의 피처링이 더해진 쇼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산하고 있다. 이로써 본격적인 정주행을 시작해 하이브 세 자매 중에서 제일 준수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중독성이 최고라는 평가다. 걱정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화제성과 중독성이 반드시 장기적 호감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르세라핌의 〈Spaghetti〉는 극심한 호불호 속에서 강한 중독성으로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지만, 동시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 리스너들의 이탈 역시 불러왔다. 이후 컴백에선 그 반작용이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르세라핌보다 여성 팬 비중이 더 높은 아일릿은 상대적으로 버텨낼 확률이 높지만, 이후 컴백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부디 중독성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그 해답은 〈paw, paw!〉 같은 트랙에서 찾으면 좋겠다. 〈paw, paw!〉는 에피와 핑크팬서리스의 가벼운 하이퍼 팝이 떠오르는 발군의 트랙이다. 〈paw, paw!〉처럼 음반 전반적으로 EDM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설득력 있는 콘셉트 전환이 되었을 듯하다.


단체로 테크노라는 무기를 들고 나타났지만, 얼기설기한 완결 탓에 하이브의 노림수만 더 부각되어 버렸다.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작금의 반응은 순전히 하이브 탓이다. 하이브 내부 문건 파묘와 방시혁 의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밝혀진 이래, 하이브를 둘러싼 반감이 거세지며 그룹 간 일시적 중첩마저 획일화와 피로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케이팝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부정적 이미지가 걷히기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틀을 탈피하기 위해선 장르에 대한 치밀한 고민과 이를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낼 정교한 비주얼라이징이 자행되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할 때라는 소리다. 앞으로 어떻게 가지를 뻗어나갈지 주목하며 하이브 세 자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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