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발달지연아동의 치료 중 하나인 놀이치료행위 관련 실비 부지급건을 둘러싼 소액 민사소송(손배소)에서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보험금(500만원) 규모보다 의료기관 분류, 국가자격 대체인정 여부, 실손보험 인정치료기준 범위 등 다방면에서 상충한 논쟁을 해석하는 데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7단독부(재판장 이효진)에 따르면 9일 열린 '발달지연아동 놀이치료 실손보험 치료비 부지급(지급거절)' 관련 소송에서 '현대해상에 민간자격 치료사가 제공한 치료로 인한 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한 요양급여, 의료급여 또는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로 인한 비용'이라고 정의했다.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도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 시행할 수 있고, 그 자격요건은 엄격하게 규정돼 있으며 이를 함부로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민간자격자인 놀이심리상담사의 놀이치료 비용은 실손의료보험에서 담보하는 의료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놀이치료가 유의미한 의미를 가지고 국가가 놀이치료사의 자격시험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는 놀이치료사에게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실손보험이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보장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현대해상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일부 무자격 의료행위로 각 시기별 적정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민간자격자 치료 이외에 정당한 청구건에 대해 약 37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상황"이라며 "발달지연과 관련해 실손보험 지급률은 98.6%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원고를 대변하는 발달지연아동권리보호가족연대 측은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해 판사의 판결 기준을 알 수 없지만, 기존 판결과 유사한 사건(2020년 4월 부산고등법원 선고건)에 대해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은 당혹스럽고 황망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부모들이 느끼는 치료의 효과나 필요성, 중요성을 재판부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발달지연) 아이들은 의사의 진단 및 처방 없이는 치료실에 입장조차 할 수 없음에도 해당 치료를 의료행위의 보조행위로 보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2020년 4월 부산고등법원-2019나53658 주요 내용
-구체적인 치료행위(언어치료, 행동치료)는 대부분 소속 치료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의사의 처방 및 지시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기 위한 점으로 인정된다. 또 치료행위를 시행받은 대상자에 관해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진료기록부의 필수적 기록사항이 모두 포함됐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일반 심리상담센터 등에서 제공되는 상담 서비스 등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의료행위(법정 비급여)가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월17일 민간자격(치료사)에 의한 발달지연 실손보험 치료비를 받지 못한 한 보험계약자(원고)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했다. 원고 측은 2023년 6월부터 관련 치료비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현대해상은 2023년 5월18일 의사의 처방 및 진단 없이 민간자격 치료사가 진행한 놀이치료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보험계약자에게 일괄 통보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부산지방법원에서 민간자격자가 시행한 심리적 재활중재 치료비가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인은 형식적인 초진 절차만 밟고 실질적인 검사와 상담은 비의료인이 실시한 뒤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