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태양광 양대 축 함께 흔들려 ‘위기’
소액주주 반발 커도 재무 수술 더는 못 미뤄
초과 청약만으론 대주주 책임 이행 불충분해
지금 증자 안하면 더 큰 주가 하락·손실 예상
어느 기업집단에나 ‘아픈 손가락’은 있습니다. 잘나가는 사업만으로 그룹 전체가 굴러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로 떼돈을 버는 삼성이나 SK그룹도 배터리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해 증자를 하거나 다른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지난달 LG그룹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재계 4위에 올랐던 한화그룹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한화그룹의 효자는 분명 방산과 조선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26조6078억원에 영업이익 3조345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오션도 2025년 매출 12조6884억원, 영업이익 1조1091억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같은 그룹 안에서 한화솔루션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쪽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다른 한쪽은 대규모 적자와 차입금 부담에 짓눌리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1월 출범 당시 꽤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석유화학·태양광·첨단소재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높이고 2025년 매출 18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랐습니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10조2171억원, 2023년 13조785억원, 2025년 13조333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021년 7035억원, 2023년 5792억원에서 2024년 마이너스 3002억원, 2025년 마이너스 36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처럼 출범 때 내걸었던 목표와 현 상황의 차이가 바로 한화솔루션 위기의 본질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태양광 가격 급락과 미국 정책·통관 변수가 겹치면서 두 주력 사업이 동시에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한화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자산 매각과 자본성 자금 조달 등 자구책을 썼지만 현금창출력은 더 약해지고 차입금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결국 2024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특히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기존 신고 기준으로 한화솔루션은 보통주 7200만주를 새로 발행해 약 2조3976억원을 조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1조4899억원, 비중으로는 약 62%가 채무상환에 투입되고, 9077억원이 시설투자에 들어갑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는 3월 26일 하루에 18.2% 급락했습니다. 주주들 눈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기존 빚 정리’가 먼저 보였을 것입니다. 불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화의 ‘아픈 손가락’ 석유화학·태양광
그럼에도 이번 유상증자는 불가피하고 또 필요합니다. 지금 한화솔루션의 문제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재무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2025년 말 한화솔루션의 자산총계는 33조1440억원, 부채총계는 21조9590억원, 자본총계는 11조1850억원입니다. 회사 IR 자료에 따르면 순차입금은 12.6조원, 부채비율은 196.3%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증자를 하면 주주가 불편하니 미루자”가 아니라 “증자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 어렵더라도 추진하자”는 쪽이 더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더구나 한화솔루션은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주주들에게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2024~2025년 사이 계열사 지분 1조570억원, 신재생 개발자산 1600억원, 전기차 충전사업 250억원 등을 포함해 약 1.6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7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총 2.3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단행했습니다. 그럼에도 2024년과 2025년 잉여현금흐름은 각각 마이너스 2조원, 마이너스 2.7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에도 태양광 잔여투자 등을 포함해 약 1조원 수준의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구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구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국면까지 온 것입니다.
신용등급 문제도 가볍지 않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신용등급이 AA-에 ‘부정적’ 전망이 붙어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경우 2028년 상반기 말까지 최대 1.8조원 규모의 차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증자의 핵심은 단순히 돈을 더 모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신용등급 하락을 막고 재무구조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있습니다. 결국 지금 유상증자를 하지 않으면 주주가치 희석은 잠시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다음에는 더 비싼 차입, 더 큰 주가 하락, 더 큰 손실이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반드시 이 점은 냉정하게 계산해봐야 합니다.
유상증자를 하지 않을 때 생기는 일
물론 그렇다고 한화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렇게 큰 유상증자가 필요할수록 대주주와 경영진은 더 절제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밖으로 드러난 장면은 정반대입니다. 회사는 적자를 냈는데도 오너와 최고경영자는 거액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국민연금도 올해 한화솔루션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하며 “보수 한도 및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적자 기업이 주주들에게 2조4000억원의 증자를 요청하면서 오너와 경영진 보수 문제에서는 주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유상증자 발표 후 김동관 부회장 30억원을 비롯 주요 경영진이 4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이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하면 42억원은 2조3976억원 유상증자의 0.2%에도 못 미칩니다.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이벤트성 매입보다 더 큰 책임, 더 구체적인 설명, 더 실질적인 양보입니다.
최근 한화는 잇단 M&A와 지배구조 개편, 승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왔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고, 그 결과 세 아들의 ㈜한화 지배력은 42.67% 수준이 됐습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승계 불확실성을 줄이는 조치라고 설명하겠지만 소액주주들 눈에는 “외형 확장과 승계 작업은 속도감 있게 가는데 한화솔루션의 손실과 차입 부담은 기존 주주들 돈으로 메운다”는 식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엄격하게 보면 이들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소액주주들은 사안을 따로 보지 않습니다. 불법이나 편법은 아니더라도 한화는 이런 시장의 반응에 훨씬 더 민감했어야 합니다.
물론 대주주가 아예 책임을 회피한 것은 아닙니다. 최대 주주인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약 36.3%를 보유하고 있고,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청약으로 최대 843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최소한 대주주가 뒤로 빠졌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주주의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원안의 2.4조원 유상증자가 저절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주주의 책임은 참여 그 자체가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납득할 수정안을 내는 데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중동전쟁, 태양광 전환 기폭제 될 수도
이런 측면에서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정정 요구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한화솔루션이 3월 2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기존 신고서는 효력이 정지됐습니다. 회사가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곧 유상증자 무산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금감원 정정 요구 뒤 당초 3조6000억원 규모의 일반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2조3000억원으로 줄여 수정 신고서를 낸 전례가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역시 이번 기회에 시장이 납득할 수준으로 원안을 보완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적으로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는 추진돼야 합니다. 다만 기존 공시된 내용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채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1조4899억원의 채무상환은 응급수술에 가깝고 그 필요성은 숫자로 입증됩니다. 반면 9077억원의 미래투자는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전액을 한꺼번에 주주에게 부담시키기보다 단계적으로 추진하거나 조건부 집행 구조로 손질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유상증자 자체를 접는 것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뿐입니다. 따라서 해답은 유상증자 ‘철회’가 아니라 ‘수정·보완’입니다.
한화는 지금처럼 잘나갈 때일수록 더 겸손하고, 더 절제하며, 더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여기서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와 방산, 조선이 그랬듯이 언제 다시 태양광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단적으로 이번 중동 전쟁은 에너지 안보 위기를 촉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이 다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후퇴가 아니라 재정비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유상증자를 추진하되 그 전에 시장과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일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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