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하면 이뤄진다"
이와 같은 말을 현실로 만들어줄 랜드로버 디펜더가 캠핑 특화 모델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올 3월 국내에 출시한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다. 전세계 SUV의 롤모델로 통하는 디펜더는 또 한번의 혁신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저 세상급' 디자인에 오프로드 전용 기능은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 이번엔 2열부터 평탄화로 화룡점정 했다. 바위산 중턱 300고지에 럭셔리 펜션같은 편안한 잠자리를 얻은 셈이다.



디펜더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시트 평탄화가 불가했다. 정통 오프로드 대표 모델임에도 8인승 '2-3-3'시트 3열 배열은 2~3열 시트를 접더라도 눕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굴곡이 심했다. 전장이 더 짧은 디펜더 110과 90 모델은 턱도 없다.
그래서 캠핑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디스커버리로 방향을 선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디펜더 130이 과감한 시도를 단행했다. 3열에 3인승 시트를 완전히 떼버리고 평탄화를 이룬 것.



완벽한 180도 수평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2열시트를 접으면 운전석 쪽 끝부분이 4~5cm 가량 살짝 올라와 있어 1~2도의 경사는 감안해야 한다. 시트가 다이브인 스타일이 아닌 이상 2열 탑승자를 위한 볼륨과 쿠션도 필수이기 때문에 완전한 풀플랫은 불가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광활한 풀플랫 공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신장 180cm 캠핑족도 편안히 누울 수 있는 바닥면이 펼쳐진다. 디펜더 130 아웃바운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2열시트를 접기 위한 전동 버튼이 없고 리클라이닝 손잡이를 당겨 시트를 접어야 한다.




실내 설계 만큼 흥분되는 요소는 캠핑용 루프랙, 사다리 러기지박스, 도강용 스노클, 오픈된 리어 타이어, 트윈 견인고리 등 아웃도어 장치다. 이 가운데 스노클은 최대 90cm에 이르는 하천을 건널 때 사용된다. 엔진의 공기흡입구를 외부로 높게 설계해 자칫 엔진 실린더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재밌는 장치다.
아울러 명품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디자인과 향기가 풀풀 난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아름다운 헤드램프 디자인은 오프로더의 교과서다. 램프는 원형 링을 표현하면서도 상단부를 깎아내고 양 끝에 붙여 놓은 미녀의 눈썹을 붙여 감탄사가 절로 난다.

탑승해 볼 차례다. 도어 캐치를 당기는 순간 '철컥~'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그니처 걸림쇠 느낌이다. 타다 말고 다시 닫아버린다. 다시 '철커덕~' 오감으로 느껴지는 손맛이다. 벤츠 G바겐과 이따금 지프 브랜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도어캐치 3대장'의 감성이다.
실내는 럭셔리 SUV와 픽업트럭을 반반 섞은 느낌이다. 지난 신모델부터 널찍한 디스플레이로 바꾼 후 다양한 차량 기능을 조작하고 확인하기가 편리해졌다.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엔진으로 400마력에 56kgm토크의 파워와 잘 어울리는 조작부다.




가속페달을 지긋이 누르며 출발하는 순간 운전자를 '주인님'으로 모시기 시작한다. 주인님의 심기 보좌에 심혈을 기울여 거침없는 가속감을 자랑한다. 급출발하면서도 디펜더 앞코가 훌쩍 들뜨는 일이 없다. 브레이크에 발을 갑작스레 얹어도 전방으로 콧방아 찧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최대한 수평을 유지하는 게 디펜더의 최대 장점이다.
급커브는 물론 차선을 급격히 이동할 때도 좌우 롤링을 억제하는데 모든 기술을 동원한다. 공기주머니 챔버 방식의 에어 서스펜션은 랜드로버 브랜드의 '치트키'다. 거짓말 같지만 노면을 1초에 500차례 사진찍듯 감지해 서스펜션을 미세 조정한다. 5350mm의 전장과 1900mm의 전고에도 스포츠주행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마법의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여기다 차량에 탑승하고 내릴때 반 뼘 정도 차체의 높이를 오르내린다. 옛 장수가 말에서 타고 내릴때 무릎을 굽혀주던 명마 이야기가 떠오른다. 오프로드에선 145mm까지 차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이 만한 차가 있을까. 단풍에 취해 400km 거리를 신나게 달렸더니 연료게이지는 하단까지 내려왔다. 가격은 1억4000만원선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랜드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