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 2주 만에...비전 프로 반품하는 이유는?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한 지 거의 2주일이 다 됐다.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이나 X(구 트위터), 유튜브 등지에는 비전 프로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해 반품했다는 소비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플 반품·환불 정책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 없이도 제품 수령 후 14일 이내에 반품 신청할 수 있다. 다른 제조사라면 품질 문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애플은 이미 개봉하거나 사용한 제품도 '묻지마' 반품이 가능하다.

​비전 프로 출시 당일 구매한 소비자는 환불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부 소비자는 기한이 지나기 전에 반품하는 쪽을 선택했다. 애플 정책을 악용한 소비자도 없지는 않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짧게 써보려는 목적으로 구매한 다음 기한 안에 반품하는 소비자는 매번 있었다. 하지만 비전 프로에 기대감을 갖고 구매한 소비자가 반품을 결심한 사례도 많다.

사용감 지적 많아…두통·멀미·눈 피로·시야 문제 거론돼

비전 프로의 무게중심은 앞쪽으로 쏠려 있다.

비전 프로를 반품한 소비자는 대부분 사용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부피가 큰 데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고개가 앞으로 기울기 쉽다. 일부 소비자는 스트랩 뒤쪽에 비전 프로 배터리를 매달아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착용해도 오래 사용하긴 어렵다. 비전 프로는 일부 사용자에게 두통·멀미·눈 피로·충혈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소비자는 착용 후 10분 만에 두통이 일어나 반품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화질 흐려 업무 방해, 렌즈 추가 시 빛 반사 문제도 나타나

화면 가장자리 시야가 어둡다는 점이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출처 : apple)

테크 유튜버 파자드 메스바히(Farzad Mesbahi)는 비전 프로를 통해 컴퓨터 화면이나 아이폰을 보면 내용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도가 떨어졌으며, 글씨가 작은 논문은 읽을 수 없었다고 불평했다. 또한 화면 가장자리의 어두운 영역이 시야를 10~20% 정도 가려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한 디자이너는 인터페이스 디자인 협업 툴 피그마(Figma)를 비전 프로로 실행했더니 픽셀이 뭉개진 것처럼 보여 현기증을 호소했으며, 맥북으로 작업할 때보다 낮은 해상도로 업무를 보기 어려운 지경이었다고 주장했다.

​어떤 개발자는 코딩할 때 비전 프로가 글자에 초점을 맞추고 선명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두통이 느껴진다며 반품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비전 프로용 시력 교정 렌즈를 장착했더니 내부에서 빛이 반사돼 비전 프로 화면을 보기 불편했다는 사용자도 있었다.

눈·손·목소리로만 조작하면 작업 속도 떨어져

비전 프로로 업무를 보는 모의 이미지 (출처 : apple)

조작감이 아쉬워 반품을 결정한 소비자도 있다. 유튜버 콜린 마이클(Collin Michael)은 웹서핑처럼 간단한 작업은 아이폰이나 맥을 사용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지적했다. 비전 프로에 물리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하지 않고 시선과 손 추적, 음성 제어만으로는 작업 속도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보다 느리고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구글 커뮤니티 관리자 카터 깁슨(Carter Gibson)은 비전 프로로 발표용 슬라이드를 만들어 보니 컴퓨터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만들 때에 비해 편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전 프로에 창을 여러 개 띄우고 업무를 보기 어려웠으며, 지원하는 파일 형식이 다양하지 않아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반품 결심한 소비자 "문제점 개선되면 다시 살 의향 있어"

얼마나 많은 비전 프로 구매자가 반품을 결심했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행히 SNS나 커뮤니티에서 반품 의사를 밝힌 소비자는 대부분 후속작이나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점이 개선되면 다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비전 프로를 반품한 소비자 의견을 종합해 보면 애플이 향후 비전 프로 후속작에 반영해야 할 개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부피와 무게를 줄여 착용감 개선
- 고개를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시야각 확대
- 실제 눈으로 봤을 때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끔 해상도를 5000만 화소 수준으로 향상
- 물리 키보드와 마우스, 컨트롤러 연결이 가능하도록 호환성 확장​

일부 소비자는 비싼 비전 프로를 구매해도 막상 즐길 만한 콘텐츠나 호환되는 앱이 적어 불만이라며 반품하기도 했다. 비전 프로의 출시 가격은 3500달러(약 465만 8500원)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가격이 지금의 절반 정도여야 구매할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 비전 프로에 도입된 각종 첨단 기술과 부품 단가를 고려하면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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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