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인들이 없어서 못 먹는 한국 음식 해외반응, "사재기하지 마세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SNS 소셜 뉴스 커뮤니티 레딧에는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눕니다. 그 중 우리에게만 익숙한 것 같은 김밥을 주제로 한 글들이 다수 보이는데 한 이용자는 김밥이 스시보다 천 배 낫다는 글을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제발 김밥 좀 그만 사가세요. 매일 사러 가는데 날마다 매진'이라는 다소 황당한 불만의 글도 올라왔습니다. 연이어 품절 사태가 벌어지자 한 소비자가 구매의 어려움을 토로한 겁니다.

해당 김밥은 미국 전역에 56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식료품 마트 트레이더 조가 PB 상품으로 출시한 신제품으로, 현재 미국 SNS에서 가장 핫한 식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트레이더 조는 경국 구미에 본사를 둔 한 신생식품 업체로부터 김밥을 제공받아 판매했는데 판매 개시 한 달 만에 250톤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완판됐습니다. 현재 2차 품물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 10월 하순에나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에는 '한국식 두부와 채소, 김으로 만든 라이스 롤'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한 줄에 3.99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맛있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참치나 햄, 고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전통적인 김밥 조리법과는 달리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볶은 나물, 뿌리 채소, 피클, 조림 두부를 주재료로 만들어져 채식주의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SNS에서는 구매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죠.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매장에 일찍 갔는데, 오전 8시 40분에 매진, 매장에 전화했더니 10월 중순까지 김밥이 안 나온다고 한다, 매장에서 한 여자가 15개 정도 가져갔다.' 등 제품 구매에 실패한 댓글들은 물론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우리 가족의 새로운 인기 제품, 정말 간편하고 저렴한 점심입니다, 글루텐 프리라서 좋아요' 등 긍정적인 리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김밥의 인기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뉴욕지사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만 한정돼 있던 미국 내 한식이 최근에 가짓수가 점차 늘고 있다. 뉴욕에서도 김밥을 비롯해 떡볶이, 순두부찌개 등의 한식 메뉴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트레이더조의 신제품에서도 김밥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김밥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김밥 전문 가게가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비스월드에 따르면 미국 내 한식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0년 57억 달러 매출을 올렸고 여러 성장요인 중 하나로 SNS에서의 한식 유행을 꼽습니다. 이는 이번에 김밥이 유행한 것처럼 다른 한식 역시 같은 방식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해당 업체의 미국 진출 외에도 경남 하동군의 한 업체가 제조한 냉동 김밥이 최근 영국 시장에 진출, 10톤 물량이 영국 H마트에서 판매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우리 김밥의 인기를 실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김밥은 언제,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요? 트레이더 조스 홈페이지에서는 위 제품에 대한 소개 문구를 볼 수 있는데 '김밥은 스시롤과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르다. 스시나 스시롤은 일반적으로 식초밥에 생선, 채소 등 한 가지 속재료에 중점을 두는 반면 김밥은 참기름을 섞은 밥에 다양한 재료들을 조합해 서로 어우러진 맛을 낸다'고 설명합니다.

트레이더 조스가 이런 설명을 담은 이유는 사실 오래전부터 김밥의 원조는 일본이 아니냐는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김밥이 일본의 김초밥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하며 SNS에서도 종종 이런 설명을 볼 수 있죠. 이 같은 주장은 일본의 마끼가 김밥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마끼 가운데 김밥의 원형으로 지목되는 데까마끼는 에도시대 말부터 메이지 시대 초기 동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초밥의 한 형태인데, 데까마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 군인들의 전투식량으로 발전,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형태의 김초밥이 전해졌죠. 그래서 김밥의 일본 유래설에 동조하는 이들은 김밥이 일제강점기 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 김밥이 밥을 김에 싸서 먹는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주식인 밥을 김으로 싸서 먹는 문화가 이미 존재했으니까요. 김밥의 주재료 김이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책자는 일연의 삼국유사로, 이에 따르면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김을 식용으로 이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본초강목에도 신라인들이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서 김을 채취했다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죠.

김의 역사를 되짚는 이유는 김의 형태적 특성상,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문화 특성상 자연스럽게 밥에 싸서 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이후 우리나라 각지의 세시풍속에도 오곡밥을 김에 싸먹는 음식문화는 널리 퍼져 있었지만 일본에서 김을 식용으로 이용한 시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습니다.

오후사쓰요의 박사가 저술한 '바다 채소'라는 책에 따르면 일본은 1700년대 초중반부터 김을 음식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김밥은 시대적 정황상 우리나라가 훨씬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밥을 김에 싸먹는 것과 반찬으로 김을 먹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면 역으로 김에 밥을 싸먹는 문화가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죠. 왜냐하면 이미 삼국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현재의 일본 땅으로 건너가 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문화는 더욱 매력적으로 발전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식에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약 10년 전 한국과 중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중 '별에서 온 그대'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드라마 덕분에 한국의 치맥 문화가 중국을 포함 전세계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음식이 됐죠.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줄여 쓰는 한국어인데, 외국인들이 이를 '치킨 앤 비어'라고 쓰지 않고 아예 치맥이라고 부릅니다. 드라마 속 천송이는 외국인 시청자들을 위해 치킨 앤 비어라고 부르지 않고 치맥이라고 했죠. 이건 의미하는 바가 상당합니다.

보통 한국에서 외국으로 식품을 수출할 때 한국어로 된 메뉴를 친절하게 영어로 번역하고는 합니다. 가령 고추장을 수출할 때 '코리안 핫 페이스트'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국 음식을 망치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멕시코에도 핫 페이스트가 있고 태국에도 핫 페이스트가 있지만 한국처럼 마른 고추를 곱게 갈아 달여서 만들지는 않습니다.

혹 외국인들이 고추장을 이해하지 못할까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만 이는 진짜 한식의 세계화를 망치는 지름길이죠. Only One이 아니라 One of them으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고유명사를 영어로 스펠링만 바꿔 소개해야 '한국=고추장'이 떠오르는 겁니다. 한국에 파전을 두고 코리안 스타일 팬케이크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뭐가 잘못됐는지는 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일본은 참 집요하게 고유명사를 써왔습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김은 노리로, 만두는 교자로, 고추냉이는 와사비로 씁니다. 우리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이유는 일본이 저러한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초밥은 한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지만 일본이 먼저 스시라고 쓰면서 스시는 자연스럽게 일본 음식으로 인식되었고 그 어떤 외국인도 스시를 두고 '재패니스 캘리포니아 롤'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굳이 한국의 김밥을 두고 코리안 스시라고 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한식의 세계화가 아닐까요?

출처 iamafood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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