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요즘이야 전 세계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세상이지만, 과거엔 그렇지 못했다. 어렸을 때라서 기억엔 없지만1983년부터 50세 이상 국민에 한해 200만원을 1년간 예치해야 연 1회 관광여권이 발급됐고 88 올림픽이 개최된 걸 계기로 1989년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됐다. 오랜 기억을 되짚어보면 처음으로 해외 비행기를 탄 건 1997년 기자 시절에 모 글로벌 기업의 초청을 받아서 간 싱가포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번 유럽 여행은 내 생전 처음이다. 기자 시절 뻔질나게 해외를 나갈 기회가 많았는데 유럽은 가보질 못 했다. 많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은 갔던 동남아와 미국을 서너 번 간 게 전부다. 언젠가 가보지 못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를 가보리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유럽을 다녀온 것이다. 유럽에 대한 여행 플랜을 짜기 시작한 건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부터다.
사실 유럽을 처음 다녀온 경험으로 여행 팁을 쓰는 게 민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처음 유럽을 가려고 하는 분들이 있기에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감히 팁을 적어본다. 단, 유럽 전체 국가가 아닌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 중심으로만 쓰는 것임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
첫째는 환전이다. 해외 여행 시 누구나 미리 환전을 한다. 지금이야 비자나 마스터 카드가 있으면 굳이 현금 쓸 일이 없는데 일본이나 동남아 나라는 아직도 지폐를 많이 쓰기에 환전은 필수다. 또 생수 한 병을 사는데 카드를 쓰기 민망하니 현금을 찾아두는 게 좋다.
유럽은 많은 나라들이 유로화를 사용한다. EU(유럽연합) 가입국 중에서 20개국 정도가 유로화를 공식 화폐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다. 하지만 영국은 여전히 파운드를 사용하고 덴마크는 크로네를 쓰며,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CHF)을 쓴다. 때문에 스위스에서는 유로화를 받지 않는다. 유로화의 지폐는 5유로부터 500유로까지 있고, 동전은 1센트부터 2유로까지 있다. 유로화 환전할 때는 현지에서 환전할 때보다 한국에서 미리 환전해서 가는 게 좋다. 왜냐하면 현지에서는 환전 수수료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유럽 여행을 처음 하는 분들은 도시세가 있다는 걸 알고 가야 한다. 유럽 호텔에서 숙박할 때는 도시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 단, 도시세는 호텔에 한하고 호텔이 몇 성급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1인당과 1박당 청구되며 체크아웃시 현금으로 호텔에 지급하는 게 대부분인데 카드로 받기도 한다.
우리가 다녀온 3개국의 경우 이탈리아와 프랑스 호텔은 도시세를 받았고 스위스는 받지 않았다. 나라마다 도시세 요금이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1인 1박에 6유로 정도를 낸다. 4명이 3박으로 묵게 되면 총 72 유로를 체크아웃 시 지불해야 한다. 18세 이하의 여행객이 있는 경우 면제해주는 곳이 있기도 한다.
셋째는 팁 문화를 알고 가는 게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할 때 헷갈리는 것 중에 하나가 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일 것이다. 유럽 국가들 역시 팁을 줘야 하는 나라가 있고 주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 호텔에서 팁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식당은 다르다. 자릿세를 내야 하는 식당이 있다. 식전 빵과 물이 포함된 가격이다. 대체로 1~3유로 정도이다. 따로 요구하는 건 아닌데 계산할 때 보면 자릿세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유명 관광지일수록 자리세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그 외에 계산할 때 팁을 줄 거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팁의 경우 식당마다 다른데 10~20% 경우 팁을 요구한다. No라고 얘기하면 팁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프랑스의 팁은 필수가 아닌 자율이다. 서비스가 맘에 들 경우 1~5유로 정도 주는 게 일반적이다. 안 줘도 큰 지장은 없다. 팁은 선택사항이며 줄 것인지 말 것인지는 고객 마음이며 계산 시 줄 것인지 물어보는 곳이 있다. 스위스는 일반적인 가격에 10~15% 정도가 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 건 이런 경우가 많다. 이번에 가보진 않았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팁 문화가 있어서 호텔에서 나올 때 팁을 두고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유럽 여행 전 엄청나게 긴장을 많이 한 건 아내였다. 유럽에 가면, 특히 이탈리아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글을 많이 본 아내는 출발 전 스마트폰 도난 방지용 스트랩과 캐리어를 묶을 수 있는 와이어를 다이소에서 개수별로 구입했다. 캐리어의 경우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이걸 누가 들고 갈 수 있겠냐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런 사례가 많단다.
실제로 아내는 파리 리옹역에서 전철로 갈아타는 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에게 키오스크에서 티켓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을 향해 이런 사람 조심해야 한다고 소리쳤을 정도였다. 아무튼 열흘 간의 여행 일정 동안 소매치기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건 좋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람 사는 동네 다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만큼 마스크에 관대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감염되기 싫어서, 혹은 건강이 염려되서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유럽에 처음 가본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아직 코로나나 폐렴성 인플루엔자가 유행인 상황이지만 마스크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노예이거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용도라는 인식이 강해 마스크 쓰는 것에 매우 거부감이 많다고 한다.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테러나 범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 법으로 금지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유럽 어느 나라엘 가도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 여행을 할 때 감안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시차다. 영국이 가장 멀어 우리나라와 9시간 시차가 있는데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나라와 8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출발할 때는 그다지 시차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오 무렵 출발하면 유럽에 오후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크게 시차를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에 돌아올 때는 경우가 다르다. 유럽에서 저녁 무렵 비행기를 타면 한국에 그 다음날 오후 시간에 도착하는 케이스다. 이미 밤을 지나서 도착한 건데 아직 오후인 것이다. 그래서 새벽이 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유럽 시간으로 한낮이기 때문이다.
다른 건 큰 상관이 없지만 시차는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시 문제가 된다. 우리의 경우 매일 아침 10시 무렵 고객사에 파일을 전달해줘야 하는데 유럽 시간으로는 새벽 2시다. 그래서 항상 관광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오면 잠깐 눈을 붙였다가 12시쯤 일어나 문서를 작성해 2시에 발송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다.
그 외에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준비물이 필요하다. 먼저 보조 배터리다.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이 아니고 관광이라면 더욱 보조 배터리가 필요하다.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찍기 때문에 스마트폰 배터리가 금세 닳기 일쑤다. 따라서 2인에 하나 정도는 보조 배터리가 필요하다.
둘째는 유럽 전원 어댑터다. 우리나라는 미국 방식의 전원 플러그를 쓰는데 유럽과 다르다. 언뜻 유럽 플러그도 비슷해 보이지만 단자 부분의 두께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나라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어댑터가 필수다. 멀티 어댑터를 구입해두면 어느 나라에 가든지 걱정이 없다.
해외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걸 꼽자면 뭐니 해도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은 구석기 시대 돌도끼나 다름없다. 지도 앱을 사용해서 길을 찾거나 맛집 검색, 전철이나 철도 등의 교통정보 확인, 관광지 쿠폰 등 여행 중 많은 순간에 인터넷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 공공 와이파이가 제공되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이때 필요한 게 유심이나 이심이다.
유심은 칩을 스마트폰에 삽입해서 그 나라 통신사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유심은 공항이나 온라인에서 구입 후 꽂아서 사용하면 된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이런 물리적인 칩이 아닌 유심 없이 QR 코드를 통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1~2만원 정도의 비용에 하루 500~1GB 정도의 데이터를 열흘 동안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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