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가로수 가지치기 논란 아파트단지로 확산
최근 대구 동구 신암동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거쳐 수목 '가지치기' 작업
인근 주민들, 도시 미관 저해 등 과도한 가지치기에 관할 지자체 민원 제기
공동주택관리법 의거 사유재산에 대한 수목 운영·관리 지자체 권한 없어
대구지역 도로 곳곳의 수목 가지치기(전정작업) 작업 때마다 불거진 '닭발 가로수' 논란이 아파트 사유지까지 번졌다.
최근 동구에 한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가지치기 작업으로 '닭발 가로수' 같이 앙상해진 나무들이 생기자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이 각각 '주민 편의 증진'과 '도심 흉물 전락'이라는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동네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의 가지치기 작업에 대한 경고와 대책 마련 등의 민원을 지자체에 제기했다.
2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동구 신암동 A아파트는 단지 내 수목 600여 그루를 대상으로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했다.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고, 나뭇가지와 아파트 건물이 인접한 탓에 해충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아파트 가지치기는 겨울철에 하지만, 이번에 구청을 통해 '공동주택 관리비용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부득이하게 여름철에 진행하게 됐다"며 "아파트 가지치기 작업은 입주민들의 당연한 권리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입주민 동의를 얻은 뒤 공고를 내고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A아파트에서 이뤄진 가지치기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13일 한 주민은 아파트 내 소형 나무와 아파트 도로 앞 대형 나무 등에 가지치기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나무 죽이기 수준의 가지치기 관행을 중지해달라'는 민원을 동구청에 접수했다.
주민 장모씨는 "앙상해진 나무가 도시 미관을 더 해치고 있다. 아파트단지 내 소형 나무들을 비롯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주민 쉼터로 이용하던 아파트 정문 앞 대형 나무까지 잘라낸 이유가 궁금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경고를 내리고,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구는 사유지에서 행해진 가지치기에 대한 운영·관리권이 없어 중재 요청 등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관리법에 따라 개인·단체 등이 본인 소유지에서 가지치기를 할 경우,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지자체 조경 관리 규정 또한 적용받지 않는다.
동구 관계자는 "가로수 등 수목 관리에 대한 찬반 민원이 접수되는데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능하면 가지치기를 원하는 주민 편의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유지에서 가지치기를 할 경우 막을 방도는 없지만, 지자체와 상의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동구에 식재된 수목은 이팝나무,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등 총 3만2천그루다. 이중 지자체 조경 관리 규정에 따라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수목 수는 매년 1만 그루며, 하루 50건에 달하는 단발성 가지치기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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