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시인 ‘김남주’ 30주기…삶과 정신 계승 지속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꽃이 되자 하네 꽃이/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녹두꽃이 되자 하네//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새가 되자 하네 새가/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파랑새가 되자 하네//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불이 되지 하네 불이/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들불이 되자 하네/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다시 한 번 이 고을은/반란이 되자 하네//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이 시는 광주중외공원에 자리한 그의 ‘노래’ 시비다. 1970∼1980년대 엄혹한 군부독재 문학인의 한명으로 정정당당하게 그들에 맞서 감옥에 투옥되는 상황을 맞이면서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민주주의를 위한 전사이자 투사, 그리고 기꺼이 민중시인으로 이름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독자들의 곁은 떠난지 벌써 30주기(2.13)를 맞았다. 그는 시집과 시편들이 하나하나 독재정권에 항거한 지침처럼 문단에 통용됐다. 전남 해남 출생 김남주 시인(1945∼1994)을 두고 한 말이다. 1973년 반공법 위반과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가입 활동으로 투옥 8개월과 9년 3개월 등 10년이 넘는 투옥 생활을 해야 했다. 오랜 감옥 생활 중에도 ‘진혼가’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를 망라해 민중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시집과 시편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펴내는 등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런 김남주 시인의 삶과 시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한 다채로운 문학행사들이 그의 고향 해남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선보인다. 사실 그의 기일을 맞아 광주전남작가회의 및 김남주기념사업회 주도로 올 2월 17일 오전 11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작가회의 회원들과 아내 박광숙 여사 및 동생 김덕종 부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된 바 있다. 김남주 육성 낭송시와 AI 음성 복원 육성 인사말이 더해져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1><@2><@3>이어 한국작가회의와 김남주기념사업회 및 익천문화재단 길동무가 공동으로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 서울문화제’를 지난 8월 1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영풍빌딩 남측 인도(종각역 5번 출구 청계천 인근)에서 ‘2024, 지금 김남주’라는 타이틀로 성황리 끝마쳤다.
이처럼 1980년 전후 사회변혁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온몸으로 밀고 나간 ‘전사’(戰士) 시인이자 혁명 시인이었던 김남주 시인의 30주기는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추모 행사가 연중 잇따라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가 주도해 시인의 고향인 해남에서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30주기 추모문학제’를 갖기로 했다.
올해 문학제는 30주기를 맞은 만큼 국제 학술 심포지엄과 추모문화제-총체시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먼저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28일 오후 1시 해남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이뤄진다. 심포지엄에는 평론가 염무웅 명예교수(영남대)의 기조 강연과 ‘김남주평전’의 작가인 김형수 시인, 방민호 교수(서울대), 박수연 교수(충남대) 등 국내 작가들과 몽골의 남바프레브 시인, 쩐티마이난 교수(베트남 호치민시 국립대) 등 국외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특히 추모문화제인 총체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은 이날 오후 6시 해남문화예술회관 대강당 무대에 올려진다. 총체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은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시인이자 혁명가였던 김남주 시인의 10여 년간의 감옥생활과 시인을 옥바라지했던 한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을 대사를 비롯해 노래와 춤 등 모두 김남주 시인의 시로 말하고 노래하며 춤을 추게 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총체시극은 극단 ‘토박이’와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시노래패 ‘담소’와 가수 백자 등이 함께 참여하며, 연출은 토박이 박정운 감독이 맡았다.
또 전국 문학인의 밤은 이날 오후 9시 해남유스호스텔 강당에서 전국에서 온 한국작가회의 회원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4>청년문학제는 29일 오전 11시 김남주 생가(해남군 삼산면 봉학리)에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주관으로 거행된다. 이 행사에는 송경동·나희덕(서울과기대 교수) 시인 등이 참여하며, 황지우 시인의 헌시 낭독 등이 선사된다. 이날 오후 1시에 펼쳐질 땅끝 해남 순례는 김남주 생가에서 시작해 고정희 생가와 녹우당(땅끝순례문학관)을 거쳐 다산초당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펼쳐진다.
이밖에 지난 6월 25일 시작된 아카이브전은 오는 30일까지 땅끝순례문학관(해남읍 고산유적지)에서 열린다.
마지막으로 (사)오월음악(대표 류의남)은 ‘시인 김남주 30주년 시노래 서사창작콘서트’를 10월 19일 광주 남구 소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박종화 총감독의 기획 아래 성대하게 펼친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남주 시인의 시와 시로 만든 노래 그리고 서사를 끄는 연극과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총체극 형식의 100분 분량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박 총감독 등이 1년 동안 준비한 이번 무대는 0.7평 독방 감옥을 무대로 펼치는 혁명 시인의 세계관과 대중관, 인생관을 망라해 자화상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5><@6><@7>김남주기념사업회 김경윤 회장은 “이번 추모문학제는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을 실천했던 시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시인이 남긴 ‘인간적 가치’를 더불어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고, 시노래 서사창작콘서트를 무대에 올릴 박종화 총감독은 “시궁창 속에 빠진 조국을 건져내기 위해 온 청춘을 다 바친 양심들이여,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이 미친 예술적 충격을 두고 두고 간직할 수 있는 우리식 감동을 온전히 드리겠다. 격동의 시절을 함께 했던 벗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즐겨달라. 그때 그날의 핏발선 함성으로 대극장 전체를 채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의 010-8602-2974, 010-8602-2974.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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