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할 때 손 닿기 편한 곳이라서 가스레인지 바로 옆에 올리브유를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올리브유를 가장 빠르게 망치는 방법이에요. 동선은 편할지 몰라도 올리브유 입장에서는 최악의 환경이거든요.
올리브유는 다른 식용유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서 외부 환경에 특히 민감합니다. 열을 받으면 올리브유의 핵심 영양 성분인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이 분해되면서 신선한 향이 사라지고 쩐내가 나기 시작해요.

이게 산패인데 산패가 진행된 기름은 체내 염증을 유발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가스레인지 옆은 요리할 때마다 발생하는 복사열이 기름병을 직접 가열하는 구조라 산패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이에요.
올리브유 두는 곳만 바꿔도 수명이 달라진다

가스레인지 옆 말고도 올리브유를 잘못 두고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냉장고 위도 많이들 두는 곳인데, 냉장고 바깥쪽 특히 윗면은 내부 열을 방출하느라 의외로 뜨겁고 진동도 계속 발생합니다. 이 열기와 미세 진동도 기름 품질을 서서히 떨어뜨려요. 전자레인지나 오븐 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전제품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열이 위에 올려둔 기름병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도 위험합니다. 자외선은 열보다 더 빠르게 기름을 산화시켜서, 투명한 병에 담긴 올리브유라면 반나절 정도만 창가에 두어도 맛이 변할 수 있어요.
가장 좋은 장소는 싱크대 하부장이나 그늘진 수납공간처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빛이 차단되는 곳이에요. 단, 싱크대 아래 난방 배관이 지나가는 경우라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배관 열기가 기름 온도를 올릴 수 있거든요.
올리브유를 구매할 때도 용기를 한 번 살펴보세요. 진한 초록색이나 갈색 유리병, 불투명한 스틸 캔에 담긴 제품이 빛 차단에 훨씬 유리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올리브유가 투명한 유리병이라면 은박지로 병을 감싸주는 것만으로도 빛 차단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사용 후 뚜껑을 꽉 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뚜껑이 느슨하게 닫혀 있으면 산소와 계속 접촉하면서 산화가 진행되거든요. 꺼낼 때마다 꽉 닫는 습관 하나가 올리브유 수명을 생각보다 많이 늘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