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30만 명 다녀갔다 수도권 최고의 '북한전망대' [힐링로드 인천 교동도 화개정원]
지난 8월 8일 북한 주민이 걸어서 교동도로 귀순했다. 사람들은 바다가 있는데 어떻게 걸어서 귀순할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교동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수도권에서 가깝고, 북한 연안읍과 직선거리가 2.5k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서해 특성상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해 썰물에는 갯벌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 주민은 수영과 도보를 번갈아 해서 귀순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육지인 김포 땅보다 황해남도가 훨씬 지척이다. 가까운 만큼 북한이 훤히 드러나는 수도권 최고의 전망대인 것. 그런 교동도에서도 경치 명소로 화개정원이 꼽힌다. 섬 최고봉인 화개산(259m) 정상 부근에 전망대가 있고, 모노레일로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올라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수도권 최고의 북한 전망대인 셈이다.
지난해 개장한 최신 전망대
지난해 5월 개장한 화개정원은 강화군에서 382억 원을 투입해 화개산 일대에 조성된 최신 시설이다. 산 아래의 조선시대 연산군 유배지는 정원으로 꾸몄고, 해발 250m의 능선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저어새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스카이워크형 전망대'를 설치했다. 또 민자를 유치해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해 역사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개장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교동도는 1,000년 전부터 유서 깊은 유배지였다. 특히 왕실의 유배지로 유명했다. 특히 1237년 고려 희종과 1506년 조선 연산군이 교동도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역사는 두 왕을 정반대 성격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비극적인 죽음은 같았다. 두 용이 숨을 거둔 유일한 섬이 교동도인 것.
희종과 연산군, 두 왕이 숨을 거둔 섬
고려 무신정권의 힘에 눌려 꼭두각시 왕이었던 희종은 왕자 시절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과오를 모른다. 나 또한 스스로 알지 못하니 경들에게 부탁한다. 숨기지 말고 언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신하들은 "겸손하고 현명하다"며 왕자를 칭찬했다.
1211년 희종은 실권자 최충헌을 없애고 왕권을 회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폐위되어 긴 유배길에 오른다. 잠깐 귀양에서 풀려 수도 개경으로 돌아오기도 했으나, 왕권 찬탈을 노린다는 무고로 다시 귀양길에 올라 교동도에서 숨을 거뒀다. 교동도를 비롯한 황무지나 다름없는 주변 섬에서 18년간 귀양살이한 후였다.
300여 년 후 교동도는 다시 폐위된 왕이 귀양살이를 온다. 폭정을 견디다 못한 신하들이 군사를 일으켜 연산군을 폐위한 것. 체포된 왕은 곧장 강화도로 추방되었다가 교동도로 옮겨졌다. 장녹수를 비롯한 후궁들은 종로와 남대문에서 돌을 맞아 죽었으며, 어린 아들들도 군사들에게 죽었다. 연산군은 교동도에 온 지 2개월 만에 천연두와 화병으로 숨을 거뒀다. 죽기 직전 "폐비 신씨가 보고 싶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화개산은 빛날 '화華'에 덮을 '개蓋'를 이름으로 쓰는데, 산의 모습이 '솥뚜껑을 덮어 놓은 것 같다'하여 유래한다. 정상에 산불감시 초소와 너른 터가 있으며, BAC 섬산100 프로그램 인증지점이라 산행으로 정상을 찾는 이들도 많다. 다만 능선의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산길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산행으로 올라야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화개정원은 5색 테마정원으로 나뉜다. 역사를 담은 문화정원, 시골 정취를 담은 추억의 정원, 북한 땅을 전망하는 평화의 정원, 사람에게 유용한 식물로 꾸민 치유의 정원, 저수지 경관을 살린 물의 정원이다. 역사·문화 정원은 연산군이 소달구지를 타고 유배 온 장면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아 역사의 현장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꾸며놓았다.
9인승의 작은 모노레일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케이블카나 곤돌라에 비하면 느릿느릿하지만 가파른 지능선을 따라 숲을 관통해 오르기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급경사 구간에서는 안전한 스릴을 체험하게 된다.
화개정원의 하이라이트는 주능선의 스카이워크 전망대다. 단순한 전망데크가 아닌 3~4층 규모의 전망타워이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기존 전망대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 교동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전망대는 저어새의 긴 부리와 눈을 본 따서 만들었다. 전망대에서는 교동도를 북쪽에서 감싸고 있는 북한 땅이 넓게 펼쳐진다. 종주하고 싶은 북한의 산줄기가 길게 드러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북녘 땅은 2020년대 새로운 기념사진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약자라면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효율적이며, 일반인은 걸어서 하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리막 임도를 따라 1km만 걸으면 화개정원 입구에 닿는데, 5가지 테마의 정원을 구경하며 내려갈 수 있다.
화개정원에서 도로를 따라 2km를 가면 고구저수지에 닿는다. 북쪽의 큰 저수지와 남쪽의 작은 연꽃 저수지가 있다. 연꽃 저수지는 그야말로 연꽃으로 가득한 기념사진 명소. 연꽃 저수지 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데크와 팔각정이 있다. 교동도를 떠나는 길에 들를 만한 향기로운 명소이다.
화개정원 정보
화개정원은 '인천 강화군 교동동로471번길 6-60'에 자리하고 있다. 대룡시장에서 2km 거리로 가까워 연계해서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입장료는 5,000원, 모노레일 이용료는 왕복 1만3,000원이다. 모노레일 티켓은 왕복만 가능하다. 모노레일을 이용해 전망대에 오를 경우 1인당 1만8,000원의 이용료가 드는 셈이다. 모노레일 상행과 하행 각각 20분이 소요되며, 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망대까지 거리가 1km에 불과해 입장 티켓만 끊어서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걸어서 다녀오는 것도 등산동호인이라면 어렵지 않다. 오히려 화개정원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화개산 정상까지 300m로 가깝지만 별도의 통로가 없고,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BAC 인증을 위해 정상을 오를 경우 화개사 방면 혹은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왼쪽 산길로 올라야 한다. 화개정원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1.2km이고, 화개사에서 정상까지 2km이다.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 있어 조금 힘들 수 있다.
교통
강화읍내 강화터미널에서 18번 버스(06:10~20:30)를 타면 화개정원 입구에 닿는다. 교동도 내에서 화개정원과 대룡시장을 거쳐 월선포에서 회차해 강화도로 돌아간다. 화개정원 입구에는 대형 무료주차장이 있다.
먹거리
화개정원의 모노레일 승강장 건물 2층에 커피와 빵을 판매하는 카페가 있다. 좀 더 여유롭게 요기를 하려면 3층의 식당이 낫다. 돈까스, 국밥, 비빔밥, 우동, 막국수, 메밀전병, 물만두, 떡볶이, 닭강정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스카이워크 전망대 1층에도 카페가 있어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판매한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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