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제 큰틀 유지했지만 … 기업 부담 감안해 일부 완화
'6+3' 지정제 현행 그대로
직권지정 사유 16개는 완화
표준감사 시간도 유연히 적용
내부회계관리제 외부감사
자산 2조이상만 예정대로
회계갑질 '분쟁조정기구' 마련

금융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 중 핵심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회계투명성 제고 수준을 파악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본래 활동 기간으로 5개월 정도를 예상했지만 업계 간 이견차가 워낙 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해 기간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금융당국도 양쪽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상장사에 대한 감사인 지정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직권 지정 사유 조정을 택했다. 지난해 9월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이 꾸려진 직후 재계와 회계업계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두고 조정 쟁탈전을 벌인 바 있다.
재계는 "주기적 지정제가 기업 부담에 큰 몫을 차지한다"며 자유선임 기간을 늘리거나(9+3년) 감사인 지정 기간을 줄이자고(6+2년) 주장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는 아예 금융위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감사 품질을 향상했고 제도 분석은 지정제도가 1주기(1사이클) 정도 충분히 시행된 뒤 할 필요가 있다"는 회계학회 용역 결과가 나오자 분위기가 전환됐다.
금융위 관계자도 "주기적 지정제 시행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한 점을 감안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며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에 개선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주기적 지정제와 관련해서는 지정 감사인의 권한 남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일부 회계사의 부적절한 감사 행태를 근절하고자 분쟁조정기구를 신설할 방침"이라며 "산업적·회계적 측면에서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령 회계사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감사인 점수 산정 방식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금융위는 회계부정 위험 등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정부가 직권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앞서 2017년 직권 지정 사유를 11개에서 27개로 확대했는데 지정 사유 간 중복 내용이 있고 경미한 감사 절차 위반도 지정 사유로 등록해 상장회사 지정 비율이 과도하게 늘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위는 "회계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 절차 지정 사유 16개를 폐지·완화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무기준 미달과 투자주의 환기 종목은 지정 사유에서 폐지되고 단순 경미한 감사 절차 위반은 과태료 등으로 전환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재무기준 미달과 투자주의 환기 종목 지정 등 두 가지 사유가 그간 직권 지정 건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해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5년간 유예하기로 한 금융위는 그 이상 기업과 관련해서는 계획대로 도입한다고 전했다.
자본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도입 준비를 대부분 마친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 한해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 의무를 면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존 감사보수의 약 90% 수준으로 그간 많은 기업이 급격한 회계 관련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회계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별도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회계 투명성 제고 효과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회사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업계 내에서는 5년 유예가 사실상 폐지로 인식될 수 있지 않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로 회계업계에서는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손보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1년 혹은 3년 유예 수준을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보완 방안이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심한 결과라고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기업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2조원 미만 상장회사에 대해 해당 제도 시행을 5년이나 유예하는 조치는 향후 제도가 실제로 시행될지에 의구심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표준감사 시간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표준감사 시간은 적정 감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면서 "하지만 법령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내규가 강행 규범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법정 시간 또는 최저감사 시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칙과 행동강령상 표준감사 시간이 강행 규범으로 오인될 수 있는 조항을 폐지한다. 또 감사인이 감사시간 산출 내역 등 세부 사항을 기업과 합의한 후 이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연내 하위 규정 개정을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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