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의 아픔을 알아?
게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새로운 실험에서 확인됐다. 게나 가재, 새우 등 갑각류의 통각이 작동한다는 것은 이전 실험에서 밝혀졌는데, 통증 자극에 반응하는 침해수용기의 존재를 두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동물생리학 연구팀은 최근 실험 보고서를 내고 게가 체조직 손상을 분명히 인식하는 침해수용기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침해수용기란 통증 등 해로운 자극에 민감한 수용기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포르투갈 리아 포르모사 자연공원에서 포획한 유럽꽃게를 이용해 실험에 나섰다. 먼저 게가 호흡할 수 있도록 해수에 담근 뒤 고무줄로 돌에 고정하고 드릴로 등딱지에 작은 구멍을 냈다. 이때 노출된 중추신경계에 미소전극을 장착했다. 게가 날뛰지 않도록 신경근 차단제도 주입했다.
게의 눈과 더듬이, 다리 사이의 연조직 등 약 30곳에 화학적 및 기계적 자극이 가해졌다. 화학적 자극에는 다양한 농도의 아세트산(초산)이, 기계적 자극에는 폰 프레이 헤어(von Frey hair)가 동원됐다. 이는 독일 생리학자 막시밀리안 폰 프레이의 이름을 딴 장비로 촉각 민감도를 측정할 때 쓴다.
그 결과 눈 등 연조직을 자극하면 게의 중추신경계에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났다. 실험 관계자는 "바닷물에는 멀쩡하던 게들은 폰 프레이 헤어 또는 아세트산에 확실히 반응했다. 아세트산 농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컸다"며 "폰 프레이 헤어를 게의 눈에 대는 실험에서는 모발 경도에 따른 반응 차이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게의 다리가 연결된 연조직(절간막) 실험에서는 기계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컸다. 아세트산의 농도가 높으면 오히려 반응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아세트산 농도가 너무 높으면 수용기가 손상된 결과라고 추측했다. 전체적으로 기계적 자극은 아세트산에 비해 더 짧고 강한 신경 활동을 야기했다.
실험 관계자는 "동물이 통증을 느낀다고 단언하려면 단순한 수용기 반응뿐만 아니라 뇌 특정 영역의 움직임이나 자극을 회피하려는 뚜렷한 반응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번 실험만으로 게가 통증을 느낀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게도 침해수용기가 존재하고 중추신경계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갑각류의 통증과 관련된 논란은 전부터 계속됐다. 영국 정부는 바닷가재에 동물복지법을 적용해 식당에서 산 채로 물에 넣고 삶거나 생식하지 못하도록 했다.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배송하는 행위 역시 제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