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인 조상의 대규모 어업 시설 발굴

마야문명의 기반을 닦은 4000년 전 어업 시설이 발견됐다. 고대 마야인의 조상들이 물고기를 효율적으로 잡기 위해 구축한 복잡한 운하망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엘리노어 해리슨 교수 연구팀은 1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중앙아메리카 소국 벨리즈에서 고대 마야문명의 기원에 해당하는 귀중한 유적이 발굴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유적은 약 4000년 전 마야인의 조상들이 만든 광범위한 물고기 포획망이다. 이 어업 시설은 마야문명이 본격적으로 번영하기 훨씬 이전 반유목민의 고도의 창의성과 기술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찬란한 마야문명의 기틀이 된 마야인 조상들의 어업 시설이 발굴됐다. <사진=pixabay>

엘리노어 교수는 "드론과 구글 어스를 조합한 조사에서 벨리즈 크룩드 트리 야생동물 보호구역(CTWS)의 습지대에서 수 ㎞에 이르는 지그재그 형태의 운하망을 발견했다"며 "이 시설은 멕시코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할 만큼 발달한 마야 사회의 기반을 지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굴 조사 결과 각 운하망은 저수지가 세트로, 메기 등 민물고기를 유도하고 포획하기 위한 시설로 추측됐다"며 "규모가 커 대략 1만5000명을 부양할 물고기를 잡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해 시설이 약 4000년 전의 것임을 알아냈다. 발견 초기에는 고대 마야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여겼던 연구팀은 대규모 농업을 시작한 연대보다 더 오래된 사실에 주목했다.

고대 마야인 조상인 수렵채집민들이 가뭄 때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어업시설(C). A는 잠비아의 현대 어장, B는 볼리비아 아마존의 고대 어장 항공사진이다. <사진=뉴햄프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엘리노어 교수는 "마야문명이 시작된 정확한 해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기원전 2000년 무렵에는 전성기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며 "이번에 발굴한 시설은 마야문명 태동 전에 만들어져 오랫동안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교수는 "다른 문명들처럼 마야문명 역시 어느 날 뚝딱 나타난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다양한 노력을 거쳐 서서히 완성된 것"이라며 "찬란한 마야문명을 발전시킨 주춧돌이자 고대 메소아메리카에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대규모 어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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