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 사랑한다, 행복하거라" 가족과 '생전 장례식' 여는 노인들
"벽돌처럼 찍어낸 장례 대신
의미 있는 가족 행사 필요"

"죽고 난 뒤에 애통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송길원 사단법인 하이패밀리 대표(사진)는 스스로를 '임종감독'이라고 부른다. 경기도 양평 소재 청란교회 목사이기도 한 그는 30년 넘게 '의미 있는 죽음'을 연구해왔다. 그가 주관한 장례만 70여 건이다. 지난달에는 '임종감독이 쓴 임종일기'란 책을 출간했다. 송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기존 장례 문화를 '공장식'이라고 비판하며 "벽돌 찍어내듯 판박이로 치러지는 장례로 유족은 주도권을 잃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6만명을 넘어섰다. '다사(多死) 사회'에 진입했지만, 일부 지방 병원 장례식장은 오히려 문을 닫고 있다. 송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무빈소·무염습·무형식의 '3무(無) 장례'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봤다. 그는 MZ세대의 변화에 주목한다. "장례의 주도권은 자녀 세대에게 있습니다. 6~7년 안에 완전히 세대교체가 일어날 겁니다. 남에게 보여주기식 장례를 치르는 대신 '의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송 대표가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지점은 장례 산업 구조다.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듯 진행됩니다. 선택권이 거의 없죠. '마지막 길인데 잘해드려야지'라는 말 앞에서 유족은 침묵하게 됩니다." 그는 이를 '효도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잠깐 입고 화장할 수의가 수백만 원입니다. 그 돈의 일부라도 고인이 꿈꾸던 장학 사업이나 기부로 돌리면 사회가 선순환되지 않겠습니까."
그가 시도한 장례는 기존 틀을 벗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 화환 대신 고인의 일기와 애장품을 전시하는 '메모리얼 테이블'을 운영했다. 한번은 3일장이 아닌 10일장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유 있게 진행하니까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와 애도했습니다. 장례는 날짜 계산이 아니라 의미의 문제입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생전 장례식', 일종의 '엔딩 파티'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가 직접 지인들을 초대해 감사와 화해를 나누는 자리다. "인생의 마지막 과제는 화해입니다. 관계는 늘 엉켜 있죠. 죽음 앞에서는 따질 일이 없습니다. 미리 풀어내면 남은 자도, 떠나는 자도 가볍습니다." 실제 그는 자신의 부모(94세·96세)를 위해 지난해 엔딩 파티를 열었다. 형제자매들이 모여 고마움과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데 모두가 울었다.
송 대표는 장례를 바꾸는 일이 곧 삶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는 마지막 초대장입니다. 장례식 대신 살아 있을 때 서로의 엔딩 파티를 열어보면 어떨까요."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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