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는 3조 원대 규모의 거대한 방산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을 두고 한국의 양대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기업들이 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방위산업 전문매체인 Defense News의 기사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의 전모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잠수함 구매 사업이 아닙니다.
이는 폴란드 해군 현대화의 핵심 축이자, 바르트해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려는 폴란드의 야심찬 계획이죠.
사업 규모만 봐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총 22억 5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조 3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폴란드는 이를 통해 현재 운용 중인 노후화된 소련제 키로급 잠수함 1척을 대체하고, AIP(공기 불요 추진) 시스템을 탑재한 최신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3~4척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업의 배경입니다.
처음 폴란드 정부가 오르카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는 "전장 70m 이하"라는 제약이 있어서 폴란드 언론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23년 새로운 오르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대지 공격 능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갖춘 훨씬 강력한 잠수함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환됐습니다.
한화오션의 강력한 잠수함 DNA
한화오션이 이 사업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잠수함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은 우리 해군이 발주한 총 24척의 잠수함 중 17척을 건조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97.8%)을 자랑합니다.
더 중요한 건 해외 수출 실적입니다.
한화오션은 2011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따내며 도산안창호급을 수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한 잠수함 수출 실적이고, 이런 경험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잠수함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한화오션이 폴란드에 제안하는 잠수함은 3천 톤급 장보고-III 배치 잠수함입니다.
이 잠수함은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잠수함발사 탄도유도탄) 기술을 독자 개발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집약된 첨단 무기체계입니다.
AIP 시스템과 순항미사일 대지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어 폴란드의 요구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단순한 잠수함 판매가 아닌 종합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주문 후 8년 반 이내 잠수함 인도, MRO 센터 건립, 1억 달러 투자 패키지 등이 포함되죠.
더 나아가 폴란드가 원하는 '갭 필러(Gap Filler)' 개념으로 장보고급 잠수함의 임대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도전적 행보
HD현대중공업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록 잠수함 수출 실적은 없지만, 국내 최대 수상함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214급 6척, 3000톤급 1척 등 총 9척의 잠수함 건조 경험을 쌓았죠.
HD현대중공업의 가장 큰 강점은 차별화된 제안 전략입니다.
참여 의향서를 낸 전 세계 11개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3000톤급 잠수함(KSS-Ⅲ PL)과 2300톤급 개발 잠수함(HDS-2300) 등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폴란드 해군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넓혀주는 전략적 접근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 현지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프로모션데이'를 개최하여 정·재계 주요 인사 80여 명에게 자사의 잠수함 기술력을 선보였죠.
여기서 영국의 밥콕 인터내셔널, 한국의 LIG넥스원과 함께 잠수함에 탑재되는 주요 시스템을 소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현지 협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어요.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 그단스크의 레몬토와 조선소와 공동 MRO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에너지 기업 PGH2와 수소 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실적인 장벽들
하지만 두 한국 기업 앞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평가 결과입니다.
폴란드 국방부가 오르카 잠수함 프로젝트에서 독일과 스웨덴, 이탈리아의 제안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 스웨덴의 사브(SAAB),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가 상위 3개 업체로 압축됐습니다.
이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 등 산업 협력 방안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죠.
특히 독일의 214급이나 212CD급, 스웨덴의 A26, 이탈리아의 U212NFS 등은 모두 유럽에서 검증된 플랫폼들입니다.
시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어요. 폴란드는 2025년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9월께 최종 계약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유럽 내 정치적 고려사항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폴란드는 EU와 NATO의 핵심 멤버국으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방산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시아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장벽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숨은 강점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첫째, 폴란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점입니다.

이는 기술적 평가와 별개로 정치적, 외교적 고려사항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 경쟁력입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적기건조 납품 능력과 가성비 측면에서 한국이 단연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건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셋째, 한화그룹의 폴란드 실적이 큰 자산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K-9 자주포 212문 수출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천무 다연장로켓까지 성사시켰습니다.
지난해에만 폴란드 수출 물량이 8조 원을 넘어섰죠. 이런 실적은 폴란드 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두 회사의 경쟁과 협력 딜레마
흥미로운 점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자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팀 코리아'를 구성해서 공동으로 진출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각자 입찰에 나서는 방향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는 양사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KDDX(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을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인 두 회사가 해외에서도 경쟁자로 마주하게 된 셈이죠.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이런 경쟁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회사가 각각 다른 강점을 어필하면서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전문성과 수출 경험을, HD현대중공업은 다양한 플랫폼 옵션과 종합 솔루션을 강조하는 식으로 말이죠.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
두 회사 모두 현지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 PGZ 소속 조선소들과 MOU를 체결하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 200여 개 협력 중소기업들과 함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레몬토와 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MRO 역량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지화 전략은 단순히 잠수함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희망은 있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상황만 보면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업체들이 조달청 평가에서 앞서고 있고, 유럽 내 정치적 고려사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한화그룹이 폴란드에서 쌓아온 신뢰, 그리고 정부 간 협상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가 각각 다른 강점을 어필하면서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사업입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올해 2분기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9월께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몇 개월이 한국 조선업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치열한 경쟁이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