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동원령'이라더니.."러, 군 복무 경험 없는 미필·대학생도 징집"

안유정 2022. 9. 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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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령 반대 시위·국외 탈출 시도 이어져
지방·소도시에 동원소집 편중.."저항 덜할 것이라 판단한듯"
러시아 동원소집.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미필·대학생도 징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 발표 하루 만에 러시아 전국 각지에서 징집이 시작된 가운데, 러시아 정부의 당초 발표와 달리 군 복무 경험이 없는 대학생 등 민간인까지 징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몽골 접경 지역인 부랴트 공화국에선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이튿날 새벽부터 3000건 이상의 징집 통지서가 배포됐습니다. 부랴트 공화국 주민의 약 40%는 소수 민족인 부랴트족으로, 이 지역은 러시아에서도 가난한 벽지로 꼽힙니다.

러시아 당국이 최근 군 복무를 마친 남성을 우선 징집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 지역에선 대상 기준이 아닌 남성들도 통지서를 받고 입대하고 있습니다. 군 복무 경험이 없으며 자녀 다섯 명을 둔 38세 남성, 50대 이상 남성도 통지서를 받은 것입니다. 텔레그램에는 부랴트주립대 학생들이 수업을 듣던 도중 징집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평화 운동가 알렉산드라 가르마자포바는 "수업을 듣고 있던 대학생, 60세 이상 남성, 장애인 자녀를 혼자 돌봐야 하는 남성까지 모두 징집 명령을 받았다"며 "부랴트에선 거의 전면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지역 남성들은 오전 4시부터 통지서 등으로 명령을 전달 받았고 오전 10시에 소집 장소로 모여 군사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나 의료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젊은이들이 우선 징집 대상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타임스는 "이 지역 공무원들은 손에 닿는 대로 남성들을 징집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러시아 당국은 "예비군 동원령 하루 만에 만 명이 입대를 자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원령 반대 시위 / 사진=AP
동원령 반대 시위·국외 탈출 시도 이어져
갑작스러운 동원령에 러시아 전국 38개 도시에서는 '동원령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나라 밖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항공편이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수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최소 1300명 넘는 시민들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CNN은 러시아인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등으로 떠나는 '편도 항공편'은 이미 매진이고, 티켓 가격도 2~3배가 뛰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예비군 30만 명은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대학생과 징집병은 동원령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혼란스러운 민심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하원은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하기 전, 탈영과 도피 등으로 병역을 피하면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방·소도시에 동원소집 편중…"저항 덜할 것이라 판단한듯"
한편, 전쟁터로 불려가는 동원소집 대상자의 비율이 도시보다 지방·소도시에서 훨씬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동부 시베리아 지역 러시아 연방 소속 사하 자치공화국 출신의 사르다나 아브크센티에바 의원은 SNS를 통해 "마을 주민이 300명인데 남성 47명이 소집됐다. 이런 숫자가 나온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동원소집의 지역 편중성을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내부에서 동원소집 편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전쟁에 대한 찬반이나 푸틴에 대한 지지 여부 등 입장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저항할 가능성이 더 낮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중심부보다 외곽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하공화국의 한 활동가는 NYT에 "TV에서는 조국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위험에 빠진 건 조국이 아니라 우리 목숨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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