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외국인 놀이터인 韓증시… “금투세 폐지하면 단타 부채질”
거래세 낮추면 더 심해질 외인의 초단타 매매
농특세 때문에 거래세 완전 폐지도 쉽지 않아
개미는 거래세 계속 내면서 초단타 피해봐야
과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 당시 여야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그 반대급부로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만큼 손실이 나도 내야 하는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금투세 도입 논란과 관련해 거래세 폐지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세 인하가 초단타 매매를 부추겨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방해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거래세를 유지하면 금투세와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만약 금투세가 야당 주장대로 내년 정식 도입된다면, 도입에 발맞춰 금융당국이 거래세 인하에 따른 시장 교란 방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거래세 낮추자 해외 초단타 세력 유입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금투세 도입을 합의하면서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올해는 0.18%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0.15%로 떨어진다.
문제는 거래세 인하가 우리나라 증시에서 초단타 매매 행위가 날로 심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는 점이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금투세 도입 당시부터 있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결정한 2020년 7월 “거래세가 인하되면 초단타 매매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시장이 교란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순히 거래세만 낮추고 숙련된 해외 초단타 매매 투자자의 국내 유입을 내버려두면 시장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 우려는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우민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팀장과 엄윤성 한성대 교수가 2005~2022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외국인 매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10개 계좌가 거래한 종목 수가 소수 우량주에서 다수 종목으로 확장됐고 거래 종목들의 시가총액도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위 10개 계좌에서 거래한 종목들의 시총 단순 평균이 2005~2008년에는 8조7125억원에 달했으나,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인하가 결정된 2020~2022년에는 2조2231억원으로 급감했다고 했다. 또 2005~2008년 상위 10개 계좌의 데이트레이딩(당일 매수·매도) 비중은 5.02%에 불과했으나, 2020~2022년에는 9.97%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외국인 주도세력이 가치투자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자로 변경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했다.
◇ 여기에 금투세 논란까지
거래세 인하에 따른 초단타 매매 심화는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에도 방해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초단타 세력을 억누르고자 애써 낮춘 거래세율을 다시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긴 하나, 여전히 거대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다.
즉 내년부터 일반 투자자는 낮은 거래세라도 내긴 내면서 거래세 인하에 따른 초단타 세력의 횡포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여기에 금투세까지 추가된다. 거래세와 금투세 모두 부과하면 이중과세란 비판이 있지만, 정치권은 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특별세(농특세)까지 건드릴 수 없기에 거래세율을 낮출지언정 아예 없애지는 못하는 상태다. 농어촌 개발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이는 농특세를 없애면 전국 수많은 농어민이 들고일어날 수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 분위기가 안 좋은데 정치권은 금투세 공방으로 투자자의 소중한 시간만 갉아먹고 있다”며 “금투세를 강행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동시에 거래세를 없애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하고, 또 거래세 폐지에 따른 초단타 증가 부작용 차단 대책까지 수립해 시장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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