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한복판 방치된 공사장…대구화교소학교 학생·교사만 된서리

10일 찾은 대구 중구 화교소학교 모습.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와 학교 건물 위에 공사장 안전망이 드리워져 있고, 공사 건물에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효 기자

10일 방문한 대구 중구 남일동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 현장. 동성로 관광특구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4월 공사 대금 지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기약 없이 방치돼 있었다. 건물 중앙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붉은 현수막이 여러 개 붙은 채였다.

해당 현장과 가림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은 한국대구화교소학교(이하 화교초교) 부지는 아이들이 수시로 뛰노는 놀이터와 건물 위에도 낙하물을 방지하는 파란 그물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학생과 교사가 사용하는 화장실 건물은 일부가 철거된 채 금이 간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공사판'이었다.

공사대금 문제로 건설이 멈춰선 숙박시설이 인근 화교소학교와 동성로 관광특구의 흉물이 되고 있다. 공사과정에서 빚어진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이에 따른 교사 신축 등 약속 이행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30일 중구청에 따르면 해당 숙박시설은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138호실 규모)로, 지난 2022년 2월부터 지어지다 4달 전 신탁사와 시공사 사이 돈 문제가 불거지며 공사가 중단됐다. 해당 현장은 화교초교 부지를 일부 침범하고 있었으며, 공사 기간 동안 소음과 분진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매일신문 2023년 4월 24일)해 왔다.

화교초교 관계자는 "공사 시작 전에는 30명이 넘었던 학생 수가 공사 영향으로 지금은 10명도 안 돼 학교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 밝혔다. 현장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도 큰 상태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나와 뛰어노는 쉬는 시간이면 혹여나 공사장 쪽으로는 최대한 못 가게 막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공사 이전 체결한 약정서 내용을 사업 건축주가 지키지 않아 발생한 피해도 크다. 건축주는 공사 직전인 지난 2022년 1월, 학교와 부지 일부 교환을 대가로 그해 5월까지 공사 현장과 경계선이 맞닿은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교실을 신축하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부지 교환으로 건물 일부가 철거된 기숙사 두 동이 폐쇄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해당 내용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기숙사를 못 쓰게 된 후 인근 월세방을 전전하던 대만인 교사 2명은 끝내 학교를 떠났고, 해당 건물 옥상 층을 텃밭으로 활용하던 학생들은 체험공간을 잃었다.

이처럼 화교학교만 된서리를 맡은 상태에서 관광특구로 지정된 동성로의 흉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공사 측은 건축주가 학교와 체결한 약정서는 자신들과 무관하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야 중단된 공사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건축주는 "학교 측과 약정서 이행 등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중구청 관계자는 "학교와 시행사 사이에 오간 약정서 내용과 관해서는 사인 간 벌어진 문제로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면서도 "양자 간 협의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사 현장에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고, 현장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효 기자 j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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