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유보의 지혜"…고대 회의주의를 오늘의 언어로 읽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고대 회의주의의 창시자 피론의 사상을 집대성한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저작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엮은 책이 출간됐다. 불확실성과 대립이 팽배한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사유 방식인 피론주의의 핵심 개념 '판단 유보'(에포케)와 '평정'(아타락시아)을 안내한다.
책은 회의주의(skepticism)의 어원이 '보다, 숙고하다'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스켑토마이'(σκέπτομαι)임을 상기시킨다. 이어서 회의주의자를 흔히 무엇이든 의심부터 하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오해하는 현실을 짚는다.
이 책은 의사이자 철학자인 섹스투스 엠피리쿠스가 쓴 '피론주의 개요'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하고 번역해 피론주의의 기원, 핵심 개념, 그리고 열 가지 판단 논증 등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에 따르면, 피론주의는 본래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신중히 생각하며, 논쟁보다는 사색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이었다. 2500년 전 피론은 진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오히려 인간의 불안을 낳는다고 보았다. 그는 진리를 단정하지 않고 모든 판단을 잠시 멈추는 '판단 유보'를 실천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회의주의는 단순히 의심하는 철학이 아니라 겸허한 관용의 철학이다. 독단적 주장에 의문을 품고, 진리 앞에서 판단을 유보하며 평정에 이르는 과정은 결정 장애나 책임 회피가 아닌,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유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끊임없이 대립하고 단정하려 드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자신의 판단조차 잠시 내려놓는 태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평화와 유연함을 가져다줄 '오픈 마인드'의 철학이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 삶의 진리는 단언하지 않는 편이 좋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 글/ 서미석 옮김/ 유유/ 1만 4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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