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탄생했을까…" 에어컨이 인류를 구한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이유

폭염과의 싸움, 인류가 선택한 가장 강력한 무기
1979년 출시된 국내 최초 LG 벽걸이형 에어컨. / 헬스코어데일리

8월의 폭염은 한여름의 끝자락에서도 기세를 잃지 않는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이 중심이 된 양극단의 기후를 보이고, 특히 여름은 길고 가혹한 시기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도 더위는 사람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가장 큰 환경 요인이었다. 전기와 냉방기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한정된 조건 속에서도 무더위를 견디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을 어귀의 나무 평상은 바닥과 일정한 간격을 두어 사방으로 바람이 통하게 했고,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은 속이 비어 있어 통풍이 잘 되고 표면적이 넓어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다. 부채는 언제나 여름 필수품이었으며, 대나무 살에 종이나 헝겊을 붙여 직접 제작했다.

전기가 발명된 이후 등장한 선풍기 역시 처음에는 수동 장치였다. 1600년대에 등장한 원형은 천장에 매달아 무게추로 회전축을 돌려 바람을 일으켰고, 이후 태엽식으로 진화했다. 전기를 활용한 선풍기는 에디슨의 발명품으로 자리 잡으며 대중화됐다. 하지만 선풍기와 달리, 실내 온도를 실질적으로 낮추고 환경 자체를 바꾸는 발명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대식 에어컨이다.

인쇄소의 골칫거리가 만든 냉방 혁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매장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 KIM JIHYUN-shutterstock.com

현대식 에어컨의 시작은 인체 냉방이 아닌 산업 문제 해결이었다. 1902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출판사는 고온다습한 여름날 인쇄품질 저하로 골머리를 앓았다. 습기로 종이가 휘고 잉크가 번져 깨끗한 인쇄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코넬대 기계공학을 졸업한 윌리스 캐리어는 안개 낀 기차역에서 공기 습도를 조절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암모니아를 냉매로 사용하는 공기조절 장치를 개발했다. 초기형 에어컨은 인쇄 품질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방적기의 마찰열을 줄이는 냉각장치로 발전했다. 1915년에는 세계 최초의 전기 에어컨 생산업체인 캐리어 엔지니어링이 설립됐다.

에어컨이 인체 냉방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920년대다. 1922년, 캐리어는 공기 상태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현대식 에어컨을 개발해 극장, 백화점 등에 보급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은 관객과 고객을 끌어들였고, 병원과 호텔, 사무실로 설치 범위가 확대됐다.

에어컨 덕분에 불볕더위 속에서도 거주가 가능해진 지역이 늘었고, 과거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여겨진 곳에 대도시가 형성됐다. 1930년대에는 자동차와 비행기에도 에어컨이 장착돼 이동 환경이 개선됐다.

물리 법칙을 활용한 에어컨 냉각의 비밀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베트남 한 도시에 설치된 에어컨. / DongDu-shutterstock.com

에어컨의 원리는 ‘기화열’에 기반한다.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며 온도를 낮추는데, 이를 기화열이라 한다. 실외기의 압축기는 냉매를 고온·고압의 기체 상태로 만들고, 응축기를 통해 외부 공기와 만나 액체로 변하며 열을 방출한다.

이때 더운 공기가 실외로 배출된다. 이후 팽창밸브를 지나 압력이 낮아진 냉매는 증발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이 차가운 공기가 팬을 통해 실내로 공급된다. 완전히 기체가 된 냉매는 다시 압축기로 돌아가며 냉각 사이클을 반복한다.

겉으로는 열이 저온에서 고온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강제로 열을 이동시키는 과정이다. 그 결과 실내는 시원해지고 실외는 더 뜨거워진다. 이 과정에서 회수할 수 없는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며, 에어컨 사용이 늘어날수록 도심의 열섬현상과 지구 온난화 우려도 커진다.

인류에 남긴 공헌과 남은 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은 단순한 편의 이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타임’지는 1998년 캐리어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에어컨 보급 이후 더위로 인한 사망률은 최대 40% 감소했고, 산업 현장의 작업 효율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폭염이 잦은 지역에서의 거주 가능성을 열어 도시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사용은 지구 기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급증시킨다. 효율적인 사용과 주기적인 점검, 실내외 온도 차 최소화 같은 절약 습관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에어컨은 인류를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발명품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 미래는 사용자의 선택과 관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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