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 이식된 '한투 DNA'…성장 중심서 '관리주의'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26일 경기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제1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2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김근수 부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경영진 구성을 재정비했다. 1월 카카오뱅크에 부대표로 합류한 데 이어 이사회에도 참여하게 됐다. 단순한 임원 인사를 넘어 내부 통제와 재무 관리 축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유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과 리스크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결산과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김근수 부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대표 중심 구조에 재무·경영 전문성을 보강하는 형태다.

김 부대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장을 지내며 계열사 전반의 자본 배분과 성과 관리를 맡아온 인물이다. 지주 차원의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의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이번 선임은 대주주 차원의 관리 기조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이번 선임은 카카오뱅크의 성장 단계 변화와 맞물린다. 초기에는 플랫폼 기반 고객 확대와 대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수익의 질, 자본 효율,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충당금과 자본 규제 부담이 커지는 만큼 재무 관리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주총에서 1주당 460원, 총 2192억원 규모의 배당을 확정했다. 전년 대비 28% 늘어난 수준이다. 총 주주환원율은 45.6%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이익을 성장에 재투자하면서도 일정 수준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균형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균형을 유지하는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은 대출 중심 성장 구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본 소모가 빠르게 나타난다. 동시에 플랫폼 확장과 신사업 투자까지 병행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효율성과 성장 사이에서 정교한 조정이 필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

김 부대표 선임은 이 지점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단순히 재무 담당 임원을 보강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리 기능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특히 지주 경험을 가진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자본 관리 중심의 운영 기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사회 구성 변화도 같은 흐름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주총에서 남상일 전 SGI신용정보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및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부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리스크 관리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이다.

정관 변경도 눈에 띈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는 금융권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인터넷은행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외부 견제 장치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주총은 카카오뱅크가 관리주의, 즉 '성장 중심 은행'에서 '자본과 리스크 관리도 중시하는 은행'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플랫폼 기반 확장 전략은 유지하면서 관리 기능을 전면에 끌어올리는 구간이다. 김 부대표 선임은 그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임으로써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고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겠다"며 "성장에 대한 열매를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견조한 성장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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